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손지호 네오밸류 사장(42)의 학창시절 꿈은 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몇 세대가 지나도 계속되는 그런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첫 직장을 증권회사로 잡은 것도 사업에 필요한 지식을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해서다. 이런 꿈을 이뤄나가기 위해 그는 여느 디벨로퍼와 다르게 사업한다. 상업시설 개발의 핵심은 높은 분양 수익을 올리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많은 고객이 찾는 활성화된 상권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이끄는 네오밸류가 개발한 상업시설을 직접 보유하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권을 선보이고 있다.

▷위례신도시에서 네오밸류 자체 브랜드 쇼핑몰 ‘앨리웨이’가 10월 개장합니다.


“첫번째 주상복합 개발사업인 위례신도시 아이파크부터 직접 운영을 통한 상가 활성화를 위해 회사가 상가에 4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가들을 보면 가장 목 좋은 1층에 공인중개업소들만 입점한 곳이 허다합니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입주 초기 신도시에서 높은 월세를 부담할 수 있는 업종이 적어서죠. 이렇게 되면 시간이 흘러도 상권이 활성화되기 힘듭니다. 개발업체가 직접 상가를 운영해야 매력적인 음식점과 상점들을 입점시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오는 10월 앨리웨이 위례에 전용 660㎡ 규모 북카페인 ‘니어 마이 비’ 1호점을 개점할 계획입니다. 우리가 직접 기획한 북카페 브랜드입니다. 카페와 갤러리, 어린이 놀이시설, 해외 가전용품 판매점이 함께 들어선 복합문화 공간으로 꾸밉니다. 이 시설이 상권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겁니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놀거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부동산 개발 업체가 직접 상권 활성화에 나서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선 분양자가 건물이 완성되기 전에 먼저 계약을 마치고 대금을 납부하는 선분양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업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분양을 받을 때는 누구나 유명 브랜드가 입점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화려한 모습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일단 분양이 끝난 뒤에는 손을 떼는 상업시설 개발업체들이 많습니다. 건물이 완성될 즈음에는 임대가 안돼 빈 점포로 남거나 여러 업종이 마구잡이로 뒤섞이는 일이 많은 이유입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상가 투자자와 상가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누군가는 끊어야 합니다. 네오밸류는 분양형 상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임대 유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사 보유분 상가에는 직접 만든 북카페 브랜드 등을 입점시키고 있습니다. 수도권 신도시와 택지지구 곳곳에는 자체 쇼핑센터 브랜드 앨리웨이를 세울 예정입니다.”

▷앨리웨이가 추구하는 지역밀착형 쇼핑몰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인근 주민이 마실 나오듯 편안한 복장으로 언제든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앨리웨이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대형 유통사가 운영하는 백화점, 마트, 아울렛은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한 모습입니다. 한 건물 안에서 원스톱으로 쇼핑을 끝낼 수 있어 편리하긴 하지만 오래 머물기는 어렵습니다. 앨리웨이는 주민들이 오랜 시간 머무르고 싶은 편안한 공간으로 꾸밀 겁니다. 테라스에서 차도 한잔 하고 반려동물도 대신 맡아주는 곳으로요. 북카페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인 ‘니어 마이 비’에 문화강좌를 마련한 것도 주민이 계속해서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입니다. 앨리웨이의 공간 구성은 지역마다 다르게 가져갈 겁니다. 지역마다 다른 라이프 스타일과 특성을 반영해서 조성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어떤 시설을 원하는지 심층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쇼핑몰 입점업체 발굴과 개발을 위해 따로 자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앨리웨이에 들어갈 업종을 직접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초 자회사 ‘어반라이프’를 설립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공간을 꾸미는 게 어반라이프의 역할입니다. 호텔업계, 디자인회사, 출판사, 외식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직원 10여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북카페 브랜드 설립은 물론 서울 성수동에서 영업 중인 인기 제과점인 ‘밀도’를 인수해 앨리웨이에 입점시키는 것도 이 직원들이 했습니다. 국내 유명 교육업체와 손잡고 광교신도시 앨리웨이에 대형 어린이 놀이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광교신도시 상가 일부는 청년 창업가에게 임대한 뒤 전담 멘토를 배치해 새로운 브랜드를 키워낼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신도시 내 상가 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이 유의해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신도시는 상가가 자리 잡기까지 아파트 입주 후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를 감안해서 투자 시기를 정해야 합니다. 또 전체 상권이 얼마나 활성화됐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내가 투자한 상가의 장사가 잘된다고 해서 그것이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닙니다. 전체 상가의 영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내가 분양받은 상가도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 상가의 업종 구성과 관리 운영 상태를 살피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수익률 계산은 그 이후의 문제입니다.”

▷쇠퇴한 구도심을 살리는 ‘도시재생’이 부동산 개발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도권 일대에 조성하는 택지지구 땅을 매입한 뒤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짓는 개발업계의 기존 사업모델은 앞으로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날수록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심권으로 다시 사람들이 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낙후된 구도심을 다시 재개발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의 구도심인 도화동 도화도시개발구역에 19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인천 도화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뛰어든 것도 앞으로 도시재생 사업에 꼭 필요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입니다.”

▷주택 공급과잉 우려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택 공급과잉 우려로 전체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택의 입지, 교통환경, 주변 산업환경에 따라 지역별 주택 시장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분명 현재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보다는 투자 수요가 주도하면서 과열됐습니다. 하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과 달리 서울 도심과 강남권 그리고 수도권 교통 중심지에 있는 신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를 지속하거나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손지호 사장 약력

△1974년 서울 출생 △서울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수료 △2002년 대우증권 입사 △2005년 네오밸류 유한회사 대표 △미국 공인회계사 △LH 경영투자심의위원회 심의위원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