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과 천연 대리석으로 마감하고 수입 주방가구를 설치한 서울 개포동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주방.
원목과 천연 대리석으로 마감하고 수입 주방가구를 설치한 서울 개포동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주방.
최근 인기주거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고급화, 대형화, 호텔(리조트)화가 추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속형’ 주택에 집중해온 건설사와 정비사업 조합이 차별화 전략의 하나로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1000가구를 훌쩍 뛰어넘는 대단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대단지는 각종 주민 편의시설 및 체육시설 등을 다양하게 갖출 수 있다. 수영장과 실내골프장, 암벽등반 시설, 실내 체육관 등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단지가 호텔이나 리조트처럼 변하는 것도 또 하나의 트렌드다.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캠핑장 등 리조트에서나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강남권 ‘미니멀 or 모던 럭셔리’
수도꼭지 등 욕실 제품을 독일제로 시공한 서울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 욕실.
수도꼭지 등 욕실 제품을 독일제로 시공한 서울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 욕실.
최근 서울 강남권에서 나온 재건축 아파트의 내부 인테리어는 ‘미니멀 럭셔리(minimal luxury)’ 또는 ‘모던 럭셔리(modern luxury)’로 설명할 수 있다. 밋밋하고 과하지 않은 편안함이 주를 이루지만 살펴보면 고급스럽다는 의미다. 반짝이는 화려함보다 원목 소재나 천연·인조 대리석이 쓰이고 해외 명품 주방가구와 가전이 빌트인으로 설치된다.

이달 초 모델하우스를 공개한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는 화려한 무늬의 대리석이나 중후한 느낌의 짙은 원목 대신 밝은색 원목과 패턴이 거의 없는 대리석을 사용했다. 시중가격이 8000만원 이상인 이탈리아 수입 주방가구 ‘보피(Boffi)’를 설치했는데 역시 무광택 제품을 골랐다. 빛을 반사해 화려한 분위기를 내는 유리문은 아예 달지 않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빛을 반사하는 광택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바닥과 아트월(벽) 등은 천연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욕실 벽과 바닥엔 유럽산 수입타일을 붙였다. 강남권 최초로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해 두께 240㎜짜리 슬래브(건축물의 수평 판상부분)를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삼성물산이 올 상반기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와 ‘래미안 루체하임’(일원동 현대)도 비슷하다.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강화마루를 원목으로, 아크릴 조명은 바리솔 스타일의 간접조명으로 각각 대체했다. 은은하면서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한다.

래미안 루체하임은 주방가구는 독일 브랜드 노빌리아(Nobilia), 욕실 수전에는 최고급 호텔 등에 쓰이는 독일의 그로헤(Grohe)를 사용했다. 주방 상판 및 벽에는 인조대리석인 엔지니어드 스톤을 적용했다. 거실과 주방 복도는 이탈리아산 원목마루다. 국산 온돌마루가 깔린 침실 3개를 계약자가 이탈리아 원목 마루로 교체하는 데 드는 옵션비용은 전용면적 121㎡형 기준으로 1300만원에 달한다. 쿡탑 위 가스레인지 후드에는 오븐이 내장돼 있다. 집 안으로 음식 냄새가 퍼지지 않고 요리하면서 바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욕조는 내식성이 뛰어나고 물이 잘 식지 않는 법랑 욕조를 강남 최초로 적용했다.

김능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조식 서비스 및 헬스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자산가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작구 ‘흑석 아크로 리버하임’(흑석뉴타운 7구역)은 분양 아파트 중 최초로 헤링본 패턴의 강마루를 시공한다. 요새 유행하는 청어뼈 모양의 헤링본 마루는 친환경적인 느낌을 극대화한다. 주방 가구 및 벽체는 원목 느낌으로 연출했고 거실 아트월은 천연석재로 마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과거 강남에서 여유층이 개별적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쓰던 자재나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고급 마감재가 재건축 아파트 기본 소재로 쓰이고 있다”며 “이런 고급화 추세는 명품 단지를 지향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동작, 강동 등으로 점차 퍼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레저시설 ‘풍부’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인천 용현동의 ‘인천 SK스카이뷰’ 단지 내 실내수영장. 별도의 유아용 풀장도 있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인천 용현동의 ‘인천 SK스카이뷰’ 단지 내 실내수영장. 별도의 유아용 풀장도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에서 공급된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38개 단지(6만2299가구)다. 하반기에는 무려 99개 단지, 16만3369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입주민이 많은 대단지는 다양한 체육시설이나 주민 커뮤니티시설을 설치·운영하기가 수월하다.

다음달 대우건설이 경북 경주 현곡지구 B1블록에서 분양하는 ‘경주 현곡2차 푸르지오’(1671가구)는 단지 내 수영장과 야외 물놀이장이 들어서는 경주의 첫 단지다. 효성이 평택에서 분양 중인 ‘평택 효성해링턴 플레이스’(3240가구)는 다목적 실내체육관(액티비티 플레이스)을 비롯해 대형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스파시설을 갖추고 있다. 축구장 약 8.5배 규모의 테마공원과 단지 내 순환 산책로, 텃밭, 야외 캠핑장이 마련돼 있어 입주민이 단지 안에서 다양한 레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지난 5월 분양된 경기 용인 ‘동천자이 2차’(1057가구)도 커뮤니티시설인 자이안센터 안에 피트니스, 카페, 대형 사우나, 실내 골프연습장, 문고, 당구장, 탁구장, 농구장 등을 갖춘다. ‘디에이치 아너힐즈’(1320가구)는 클라이밍 시설(실내암벽등반)과 길이 25m 레인 3개로 이뤄진 실내 수영장을 설치한다. 비거리가 15m에 달하는 실내 골프연습장은 단지 내 연습장 중 최장 거리다. 대림산업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분양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6725가구)는 단지 안에 축구장 15배 크기의 6개 테마파크를 조성할 예정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