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_1.jpg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한국형 발사체(KSLV-2)의 75t 액체엔진이 처음으로 145초 연소시험을 견뎌냈다. 이 엔진이 실제 한국형발사체에 실리려면 143초 이상 안정적으로 불꽃을 내야 한다. 이날 연소 시험이 성공하면서 국산 액체엔진 기술이 내구성과 성능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75t 액체엔진의 145초 풀듀레이션(지속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12시 정각에 시작하려던 엔진 연소시험은 준비가 지연되면서 오후 1시 39분쯤 시작됐다. 이날 시험에서 엔진은 145초간 불꽃을 안정적으로 내뿜었다. 한국형 발사체는 3단형 로켓으로 개발된다. 75t 액체엔진 4개로 이뤄진 1단과 75t 액체엔진 1개로 제작한 2단, 7t급 액체엔진을 장착한 3단으로 구성된다. 연소시험을 시작한 75t급 액체엔진은 발사체를 우주로 밀어올릴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1단에 사용될 75t엔진은 127초, 2단에 사용될 엔진은 143초간 안정적으로 불꽃을 뿜어야 한다. 75t 엔진이 연소 목표 시간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사용된 엔진은 지난 5월부터 사용된 첫 75t엔진 모델이다. 이 엔진은 당초 목표치의 절반수준인 75초까지만 연소시험을 하려고 했다. 계속된 연소시험으로 엔진이 많이 손상되다보니 이번 연소 시험 도중 엔진 폭발 가능성도 있었다. 항우연 측은 “엔진이 많이 손상됐지만, 내구성과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최종 목표치까지 연소시험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4일 첫 연소시험을 시작한 뒤 같은 엔진을 이용해 시간을 점점 늘리며 지금까지 14차례 걸쳐 총 306초 연소 시험을 진행했다. 첫 조립 엔진으로 목표치에 도달한 건 우주개발 선진국에서도 드문 일이다. 항우연은 오는 10월 75t엔진 2호기를 들여와 연소시험을 재개할 예정이다. 실제 발사체에 실릴 수 있는지 최종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총 17기를 들여와 200회 이상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정부는 2019년과 2020년 세 차례 한국형 발사체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내년 12월 75t엔진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2단형 시험용발사체를 발사한다는 계획이지만 시험일정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액체엔진 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체 개발 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졌기 때문이다. 배태민 미래창조과학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항공·우주·기계 분야의 10여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검증단을 꾸려 한국형발사체 시험발사와 사업 전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이르면 8월 국가우주위원회에 검증단 분석 결과를 보고하고 시험 발사 일정을 포함한 새로운 사업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