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두 얼굴의 예술가들
‘순수함과 투명함의 결정체’. 우리는 흔히 모차르트의 음악을 이렇게 표현한다. 임신부들이 태교로 가장 많이 들려주는 음악도 모차르트 음악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듣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진다고 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모차르트의 삶은 자신의 음악처럼 투명하고 순수했을까? 역사에 남겨진 많은 자료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알려진 그는 안하무인에 경박하기 그지없었다. 사촌누나인 안나 마리아 테클라에게 보낸 편지들은 그가 ‘분변음욕증’ 환자였음을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사치와 도박으로 가사를 탕진하고 늘 빚에 쪼들렸다.

‘운명교향곡’ ‘합창교향곡’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기며 악성이라 불린 베토벤은 어떠한가. 커피광이었던 베토벤은 한 번에 꼭 60알씩 원두를 세어 커피를 끓이는 집착증을 보였으며 주정뱅이였던 아버지 못지않게 술을 마셔댔다. 집안은 늘 돼지우리 같았다. 불같은 성격 때문에 이웃들과 불화가 잦아 수시로 이사를 다녀야 했다.

오페라 역사에 획을 그은 푸치니의 삶 역시 심금을 울리게 하는 그의 음악과는 달랐다. 살아생전 부와 명예를 누렸던 푸치니는 요즘 말로 얼리어댑터로 당시에는 귀했던 자동차와 요트를 즐겼다. 나비부인을 작곡할 때는 일본 정서를 배우겠다며 일본인 소프라노를 집으로 데려와 아내와 불화를 빚기도 했다. 사실 그의 부인 엘비라 본투리는 기혼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거를 시작했으며 그녀의 남편이 사망한 뒤 정식으로 결혼했다. 그러나 그의 끊임없는 여성편력으로 본투리는 의부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처럼 음악가들의 삶은 그들이 만든 음악처럼 아름답고 순수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예술세계마저 추잡하고 경박스럽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고향은 여전히 그들을 영웅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매년 그들의 흔적을 찾아 많은 관광객이 그들의 고향을 방문한다.

피아노를 전공한 나 역시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의 뛰노는 소리를 뒤로하고 사각의 벽 속에 갇힌 채 오로지 피아노와 씨름해야 했고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예술가들에게 최고의 작품성과 예술성 그리고 건강한 인격을 가진 완벽한 인간이기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들의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며칠 전 정명훈 감독이 귀국해 서울시향을 하차하며 불거진 공금횡령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그들의 진실 공방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한 사람의 위대한 예술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혹독하고 고독한 긴 시간이 요구된다. 이번 사건으로 세계가 인정한 그의 예술성마저 덩달아 평가절하될까 염려된다.

이소영 < 솔오페라 단장 rosa045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