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라인은 일본 기업이다, 롯데는?
지난 14일 밤 도쿄 시부야에 있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업체 라인 본사. 임직원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되는 라인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념식 장면을 지켜봤다. 첫 거래를 알리는 벨이 울리자 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라인 본사의 상장 축하연 모습은 지난 15일 아침 NHK 아침뉴스인 ‘오하요 닛폰’을 타고 일본 전역으로 전해졌다. 이어 라인은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됐고, 투자자들은 주가 움직임을 주시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의 인터뷰 등 라인은 일본에서 지난주 후반부터 뉴스 메인을 장식했다. 때론 한국 네이버의 자회사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때론 그냥 무료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 회사로 소개됐다.

지난 19일 열린 일본 주재 한국인 공부 모임 ‘도쿄포럼’에서도 라인 상장이 화제였다. 한 교수는 “이번 상장 기념식을 보면 한국인 임원은 뉴욕으로, 일본인 임원은 도쿄거래소 기념식으로 달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라인 임원을 굳이 한국인과 일본인으로 구분했지만 이데자와 사장을 비롯한 아홉 명의 주요 임원 중 한국인은 세 명뿐이다. 결국 대화는 라인이 어느 나라 기업인가로 옮겨 갔다.

참석자들은 일본 상법을 준거법으로 해 설립된 주식회사니까 일본 기업이라는 해석도, 지배구조상 네이버가 최대주주니까 한국 회사란 주장도 내놨다. 전체 매출의 70% 정도가 일본에서 나오는 일본 기업이라는 반박도 있었다. 한 법인장은 “라인은 한국 기업이라는 걸 굳이 드러내지 않은 채 성장했다”고 했다,

그랬다. 라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가족, 친구들과 긴급히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핫라인으로 인식되며 급성장했다. 누가 만든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본 내 이용자는 6070만명으로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의 80%를 차지한다. 일본 사람들이 애용하는 ‘국민 앱’이다.

뉴욕과 도쿄증시 상장을 계기로 나타난 일본 내 반응을 보면 라인은 한국 기업의 자회사일 뿐 영락없는 ‘일본 기업’이었다. 딱 1년 전 한국에서 떠들썩했던 롯데의 국적 논란이 뇌리를 스쳤다. 도쿄포럼을 끝내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