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동상이몽’ 화면 캡처 / 사진=SBS 제공
‘동상이몽’ 화면 캡처 / 사진=SBS 제공
분명 좋은 기획의도였다. 호평으로 출발했지만 각종 논란으로 안타까운 종영을 맞이하게 됐다. 제작진은 “시즌2를 기약한다”며 다음 시즌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괜찮은’ 시즌2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과제들 역시 많다.

18일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 마지막 방송이 전파를 탔다. 이날 유재석은 “사춘기 자녀들과 부모들의 관계 개선 프로젝트 ‘동상이몽’이 아쉬운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구라는 “항상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며 프로그램의 작별을 고했다.

지난해 4월 25일 정규 편성된 ‘동상이몽’은 약 1년 3개월 만에 시청자들의 곁을 떠났다. ‘동상이몽’은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갈등 원인을 찾아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관찰 카메라’를 통해 서로 다른 일상을 보여줬다. 출연 가족의 일상을 부모의 시선과 자녀의 시선으로 따라가며 흥미를 더했다.

같은 침대에 누워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는 뜻처럼 부모와 자식의 시선이 같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각자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으로 바라본 세상은 너무나도 판이했다. 프로그램은 사춘기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착한 예능’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MC 유재석은 가족의 중재자로서, 김구라와 서장훈 등은 때론 부모의 편에서 때론 자식의 편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동상이몽’은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논란으로 점철되며 진정성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홍보, 과장, 조작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

10대 쇼핑몰 CEO, ‘먹방’ BJ 편을 통해서는 “초심을 잃은 것 같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알바노예 여고생 편에 출연한 고등학생에게는 일진설, 사연조작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제작진은 “확인되지 않은 기사와 사실이 아닌 댓글이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여고생과 그의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동상이몽’ 스틸컷 / 사진=SBS 제공
‘동상이몽’ 스틸컷 / 사진=SBS 제공
스킨십에 적극적인 아빠와 이를 거부하는 고2 딸의 사연은 방송 이후 논란이 되자, 신청자 가족이 “작가들이 촬영 내내 요구 사항을 보냈고, 우린 그것을 따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현대판 콩쥐팥쥐’ 편은 방송 후 당사자가 “제작진이 과장하라고 지시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샀지만 알고 보니 사칭 계정으로 드러났다. 마지막 방송에서 출연한 사연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데 나인 척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사칭을 그만해 달라고 부탁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프로그램이 고질적으로 시달리는 출연자 논란으로 ‘동상이몽’은 여러 차례 몸살을 앓았다. 논란이 일 때마다 제작진 측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부정적인 여론과 한번 쌓인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프로그램은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교감이라는 좋은 기획의도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여기에 출연자들의 신상이 유출되고 사칭은 물론 허위 사실까지 유포되며 2차 피해가 양산되기도 했다.

전문가 조언의 부재 역시 지적의 대상이었다. 패널들이 가족의 사연을 접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거나 조언을 하고, 서로에게 사과를 종용하는 등에서만 그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 역시 컸다. 그들의 사연에 공감을 해줄 수는 있지만 올바른 솔루션은 제시해줄 수 없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난달 13일 등장한 정신과 전문의 양재진의 등장은 ‘괜찮은’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가 됐다. 그는 사건을 꿰뚫어보는 적합한 말로 송곳 같은 조언을 해줬다. 18일 방송에서는 중2병에 걸린 딸이 고민이라는 어머니에게 “자식에게 관심을 가져야지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러면 남들에게 잘 보이려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처방을 내려줬다. 뒤늦은 투입이었지만 제작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부모와 청소년, 각자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세대 공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했던 ‘동상이몽’의 취지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좋았다. 다만 논란이 이를 뒤덮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말로 ‘괜찮은’ 시즌2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선결돼야할 부분들이 꽤 많아 보인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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