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 스포츠는 특별한 차다. 국산 유일의 픽업으로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자랑한다. 최근엔 찾아보기 힘든 프레임 차체여서 오프로드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 자동차세도 연 3만원 미만에 불과하고, 개인사업자는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그저그런 SUV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라면 코란도 스포츠에 주목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여기에 쌍용차는 그동안 코란도 스포츠의 약점으로 지목되던 파워트레인 부분을 적극 개선했다. 유로6 배출가스 규정에 대응하면서 성능까지 개선한 LET 엔진에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것. 달리기 실력에 대한 신뢰감은 더 높아졌고, 일상 생활에서도 한층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됐다. 남성성 강한 외모와 제품 특징에 기대 이상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질감이 더해졌다. 회사가 주장하는대로 새 차가 소비자에게 기존 SUV와 다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지 경기도 가평 일대의 다양한 환경에서 시승을 진행했다.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디자인&상품성
거칠고 선 굵은 외형은 그대로다. 당당한 체구는 볼륨감을 강조한 각 부분의 디자인 요소와 굵은 캐릭터 라인으로 시원한 오프로더의 성격을 드러낸다. 커다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근육질 어깨를 보는 듯한 휀더 등은 남성적인 느낌을 준다. 쌍용차는 코란도 스포츠 광고에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가장을 등장시켰다. 당당한 아버지의 모습을 차에 투영시켰으리라 짐작해본다.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큰 변화가 없음에도 겉모습에 신선함을 잃지 않았다. 크롬 장식을 더한 신규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사다리꼴의 범퍼와 조화를 이뤘다. 기존 디자인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식상한 느낌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커다란 헤드램프엔 블랙 베젤을 적용해 인상이 또렸해졌다. 전반적으로 각 요소들이 큼직하고 간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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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데크는 코란도 스포츠만의 특징 중 하나다. 전체 넓이는 2.04㎡, 최대 적재중량은 400㎏이다. 테일게이트를 열면 바닥과 평평한 상태를 유지한다. 짐을 싣고 내리기에도 편리하고, 의자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낚시터에서 테일게이트를 의자 대신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회사 설명. 내부를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해 상용 트럭과 차별화를 줬다. 보기에도 깔끔하고 '짐차'라는 느낌을 덜었다.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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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단출하다. 최근 출시된 SUV들과 비교해 심심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래도 기어노브 주변 등 실내 일부를 카본 패턴으로 장식했고, 인조가죽 시트의 질감은 어느 정도 개선을 이뤘다. 센터 페시아는 7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을 중심으로 꼭 필요한 조작 버튼을 간결하게 배치했다. 센터 트레이 내부에 USB 포트를 추가한 점도 반갑다.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안전·편의품목은 생각보다 알차다. 후방장애물 감지시스템(PAS),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 1열 열선/통풍 시트 및 2열 열선 시트, 후방 카메라와 3D 내비게이션, 블루수트 핸드프리 및 오디오 스트리밍 등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능을 충실히 탑재했다. 다만 디자인 구성이 이런 기능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진 못한다는 느낌이다.

▲성능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더 뉴 코란도 스포츠 2.2ℓ는 4기통 2,157㏄ e-XDi220 디젤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성능은 최고 178마력, 최대 40.8㎏·m을 발휘한다. 최고출력과 최대 토크 각각 23마력, 4.1㎏·m 씩 상승했다. 연료효율은 복합기준 ℓ당 11.1㎞(도심 10.0㎞/ℓ, 고속도로 12.7㎞/ℓ, 4WD 자동변속기)다.

쌍용차는 새 엔진의 개발 방향을 'LET(Low-End Torque) 컨셉트'라고 소개했다. 1,400rpm이라는 저회전 구간부터 최대토크를 발휘, 2,800rpm까지 폭 넓은 구간에서 탁월한 가속성능을 발휘한다는 것. 시승에서 느낀 실제 성능도 회사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출발 직후부터 풍부한 힘을 발휘하며 가뿐하게 차를 움직여 나갔다.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공도 주행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이전보다 한층 조용하고 부드러워졌다는 점이다. 디젤 특유의 진동·소음을 고급세단 수준으로 잘 잡아냈다. 실내 공간이 넓은 차의 특성과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동승객과 대화를 나누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도로 여건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변속이 기민하게 이어지며 쭉쭉 속도를 붙여나갔다. 매뉴얼모드에서도 변속 충격이 잘 억제됐고 작동이 자연스러웠다. 잘 조율된 엔진 회전음이 귀를 즐겁게 했다. 파워트레인 변경은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오프로드에서 코란도 스포츠는 진가를 발휘했다. 가파른 산길은 전날 내린 비와 구간별 공사로 노면 상태가 좋지 못했다. 매뉴얼모드와 4WD H 모드를 세팅하고 1~3단 사이에서 부지런히 변속해가며 산길을 올랐다. 노면이 꽤 미끄러웠음에도 어지간한 등판 각도에선 바퀴가 헛돌거나 힘이 모자라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프레임보디의 진가는 거친 노면에서 드러났다. 차가 쉴새 없이 울렁거렸지만 안정감을 잃진 않았다. 평소와 다른 운전의 즐거움을 새삼 느꼈을 뿐이다.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다만 조향 성능은 다소 아쉽다. 산길을 빠져나와 다시 돌아가는 길, SUV여서 조향 반응이 느린 점은 어쩔 수 없다. 파워트레인 개선에 맞춰 조향 시스템도 충분한 업데이트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판단이다.

▲총평
외형적으로 큰 변화는 없지만 주행 감각은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LET 엔진은 어지간한 상황에서 여유를 잃지 않았다. 엔진 회전 질감도 뛰어났다. 아이신 변속기는 기대 이상으로 쌍용차의 엔진과 좋은 궁합을 보여줬고, 매뉴얼 모드에서 체결감도 훌륭했다. 적어도 파워트레인에서 코란도 스포츠에 불만은 많이 해소될 것 같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코란도 스포츠는 태생부터 경제성을 강조한 차다. 픽업트럭은 상용차란 개념이 강해서다. 지금까진 회사도 픽업트럭 고유의 경제성을 부각시켰지만 앞으론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위한 SUV의 또 다른 대안으로 내세우겠다는 방침이다. 그러자면 지금보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실내 마감이나 편의품목에 공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코란도 스포츠는 티볼리와 함께 쌍용차의 판매를 책임지는 효자 상품이다. 스스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며 고유의 팬층을 발굴해낸 선구자이기도 하다. 지금까진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조용한 성장을 이어갔다면, 이제는 경쟁사의 SUV를 정조준할 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다. 미국의 픽업트럭 시장이 그러하듯 코란도 스포츠도 실속형 제품부터 고급 제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길 기대해본다.

가격은 CX5 2,168만~2,512만원, CX7 2,440만~2,999만원, 익스트림 2,745만원이다.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시승]복합 SUT의 원조, 코란도 스포츠 2.2ℓ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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