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프랑스 트럭테러, 국경통제 강화가 답 아니다
프랑스 혁명기념일, 니스의 밤은 화려한 폭죽으로 채워졌다.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환호할 즈음, 해변 산책로 위로 19t 대형 화물트럭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지중해의 낭만적인 밤 풍경은 곧 참극의 현장이 됐다. 지그재그로 2㎞를 돌진한 트럭 운전사는 경찰에 사살됐지만 길 위에 84명의 시신과 200여명의 중경상자를 남겼다.

튀니지 출신 용의자의 신분은 곧 밝혀졌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만 이틀이 지난 뒤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프랑스 경찰은 아직 배후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주변 인물 다섯 명을 체포해 연계 세력과 동기, 목표 등을 정확히 판별해야만 다음 테러를 막을 수 있기에 신중하게 추적하고 있다.

테러가 일어난 경로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첫째, IS의 직접 기획과 현지 지역 단체의 연계 실행. 둘째, 현지 지역 단체의 자발적 테러 실행 이후 IS 이념 동조 및 충성 선언. 셋째, IS 또는 알카에다와 상관없는 개인, 즉 ‘외로운 늑대들(lone wolves)’이 독자적으로 나선 극단주의 테러 등이다. 하지만 주체 및 동기와는 별개로 니스 테러는 불길한 전조(前兆)를 보여준다. 테러 기법의 다양성과 확장성이 그 불길함의 근원이다.

이번 테러는 무기와 폭약 없이도 얼마든지 공포스런 살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기존의 테러는 무기가 필요했다. 아니면 조악한 수준이라고 해도 폭약과 기폭장치를 준비했어야 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처럼 압력 밥솥에 폭약을 장착하고 터뜨리는 최소한의 노하우와 재료는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트럭 한 대만 있으면 밀집구역을 질주해 공포를 확산시키는, 소위 ‘질주 테러’가 가능함을 세상이 알게 된 것이다.

트럭 테러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08년 이슬라마바드 메리어트호텔 테러, 1993년 뉴욕 무역센터 테러에 모두 트럭이 사용됐다. 폭약을 적재한 자폭 테러였다. 하지만 이번엔 특정한 건물이나 공간을 목표로 돌진하는 자폭 테러와는 달랐다. 해안 도로에서 사람을 살상할 목표로 달려들었다. 실제로 알카에다의 지하드 선전지인 ‘인스파이어’ 2010년 가을호는 비슷한 맥락의 테러 지침을 내렸다. 사람들로 붐비는 길 위로 트럭을 돌진시켜 살상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누구든 운전만 할 줄 알고, 차량 한 대만 있으면 어디서든 모방 테러를 할 수 있다. 공포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 번잡한 길 위에서 문득, 트럭만 보아도 문득, 니스 해안을 질주하는 19t 트럭이 떠오를지 모른다.

테러가 일상이 된 프랑스는 큰 충격에 빠졌다. 파리부터 남부 휴양지까지 온 나라가 공격 목표가 됐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프랑스를 비롯 벨기에 등 무슬림 이주 공동체의 불만이 큰 나라들은 앞으로도 테러의 위협을 계속 마주해야 한다. 이는 다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의 충격을 애써 진정시키려던 유럽 시민들을 뒤흔들 것이다. 내년 봄 프랑스 대선과 가을 독일 총선에서 난민에 대한 반감과 통합에 대한 거부를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극우정파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극우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해도 국경 통제 강화만이 답은 아니다. 통합론자들이 오히려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할 시점이다. 정보 협력과 대(對)테러 공조를 명분으로 더 깊은 단계의 관계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테러에 놀란 가슴에 국경을 막아 테러분자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다 더 큰 위험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마주하는 위험에 공동 대처할 것인가. 선택지는 점점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니스에서 벌어진 비극은 유럽이 직면한 딜레마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남식 < 국립외교원 교수·중동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