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오는 10월 혹은 11월로 예정된 이탈리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 결과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렌 치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국민투표는 우리가 30년 동안 필요성을 느 껴온 헌법 개혁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의회를 갖고 있다”며 “의회 개혁을 위해 내 힘 이 닿는 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렌치 총리는 315명 정원인 이탈리아 상원 의원을 100명으로 줄일 계획이 다. 또 입법 과정의 비효율성을 타개하기 위해 상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헌법 개혁 국민투표가 통과되지 않으 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총리직을 잃게 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처럼 렌치 총리 역시 국민투표에서 의회 개혁안이 부결되면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렌치 총리는 캐머런 총리와 자신이 종종 비교되는 것에 대해 “내가 브렉시트에서 얻은 교훈은 정당 소수파와의 내부 이견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달 지방선거에서 수도 로마 시장과 제4도시 토리노 시장을 차지하며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한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 동,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 우파 정당들은 이번 국민투표를 렌치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로 규 정했다.
한편 이탈리아 은행들이 브렉시트의 직격탄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 국민투표 전에 예금자들이나 소액 채권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경우 국민투표 통과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탈리아 정가의 시각이다.

렌 치 총리가 실각해 2018년으로 예정된 총선이 앞당겨지면 현재 지지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포퓰리즘 성격의 정당 오성운동이 집권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오성운동의 차기 지도자로 꼽히는 루이지 디 마이오 하원 의원이 총리직을 이어받을 공산 이 크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