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안 하겠다”고 선언한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 외부에서 신약 물질을 사들인 뒤 전임상과 임상을 하고 대형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것을 사업모델로 하는 벤처기업들이다. 연구개발(R&D) 중에서 연구(research)가 아니라 개발(development)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LB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에서 115억원을 유치한 브릿지바이오가 대표적이다. LG생명과학 출신인 이정규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브리짓바이오는 지난해 10월 한국화학연구원과 성균관대가 공동 개발한 난치성 염증질환 치료용 신물질 ‘TRP-401’을 30억원에 사들였다. 이 회사 직원은 5명. 사람에게 실제 신약물질을 시험하기 전에 하는 전임상시험과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는 임상시험도 모두 외주를 주고 있다. 이 대표는 “외부 임상수탁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가상 운영으로 내부 운영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신 바이오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상장한 큐리언트도 원천기술이 없다. 2008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분사한 큐리언트는 자체 기술이 아닌 외부에서 기술을 사들여 임상을 한다. 약제내성 결핵 치료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등의 임상 후 기술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킨슨병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카이노스메드,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아리바이오도 사업방식이 비슷하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는 기초연구부터 전임상, 임상시험, 허가 등 10년 이상이 걸린다. 투자비도 많이 필요하다. 이들 기업은 분업화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연구단계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자본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 벤처기업 중 3분의 1은 분업화 사업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한국이 초기 단계의 신약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