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인트] 원전 내진설계, 규모 7 지진도 문제 없다
한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얼마 전 울산 동쪽 앞바다에서 일어난 규모 5.0 지진 때문에 이런 의문들이 고개를 드는 것 같다.

한반도에서 몸으로 느낄 정도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중요한 일이다.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더라도 땅이 흔들린다는 것 자체가 매우 낯선 현상이기 때문에 커다란 위험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하지만 지진의 속성과 이에 대한 원전의 대비를 알고 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진은 지각 내에 쌓인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방출돼 일부가 지진파 형태로 전달되는 자연현상이다. 액체 상태로 움직이는 맨틀 위에 떠 있으면서 지구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지각판의 상호운동과 관계가 있으며, 대부분의 큰 지진은 지각판이 서로 부딪히는 경계면에서 많이 발생한다. 한반도는 일본 열도 동쪽에 있는 환태평양지진대로부터 약 600㎞ 떨어진 유라시아 지각판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필리핀 지각판의 경계면에 있는 일본과 달리 대규모 지진 발생 확률이 낮은 안전지대로 평가된다. 한반도에서 규모 3.0 이상 지진은 연평균 약 10회(일본은 3500회) 발생하고 대부분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땅의 진동만 미약하게 일으킬 뿐이다.

원전은 엄격한 안전성을 요구하는 시설이다. 활동성단층 등 지질학적 환경과 지진위험도를 철저히 조사해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원자력안전법 규정에 따라 원전이 세워지는 부지 반경 320㎞에 대해서는 문헌 조사, 인공위성 및 항공사진 판독 등의 광역 조사를 하고 8㎞ 이내 지역은 기존 자료를 수집해 검토하며 지구물리학적 조사, 야외지질 조사, 단층연대 측정, 해양물리 탐사, 트렌치 조사 등 단계적 정밀 조사 등을 한다.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는 일반 건물과 달리 부지 조사 단계에서 분석한 부지 주변의 단층, 지질 및 지진 등을 토대로 부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지진값을 산정한 뒤 이에 안전여유도를 더해 내진설계 수준을 정한다. 이에 따라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값은 0.2g 또는 0.3g이다. 가동 중인 원전의 내진설계값은 0.2g(규모 6.5에 해당)이고 신고리 3·4호기부터 적용되는 내진설계는 한 단계 더 강화된 0.3g(규모 7.0에 해당)이다.

한반도 역사에서 규모 5.0~5.3 지진 발생 횟수는 지난 5일 오후 8시33분 울산 근해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을 포함해 7회고, 일본은 5.0이상 발생 횟수가 3300회다. 이를 통해 현 설계값은 아주 안전한 수준으로 볼 수 있으며, 대형 종합병원(규모 6.317, 0.147g)과 같은 중요한 건물과 고속철도(규모 6.357, 0.154g)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원전은 국내에서 발생 가능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전은 지진으로 피해가 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외부에 누출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구조물이나 설비보다 튼튼하고 정밀하게 시공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재 선정, 설비 및 기기 제작, 구조물 건설 등 단계별로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고 정부 규제기관으로부터 철저한 검사 및 승인을 받은 뒤 공사하기 때문에 안전성만큼은 보장할 수 있다.

전희수 <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