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에 대한 특별 대책으로 친환경차관련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레 부각된 환경적 이슈여서인지 그에 대한 조치들은 급조한 티가 역력하다. 신차 구매 예정자들은 언제 적용할 지 모르는 혜택을 무작정 기다리는 실정이고, 며칠 차이로 지원금을 놓친 소비자들은 쓰린 가슴을 쥐어잡고 있다. 여러모로 졸속행정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지난 6월말 정부는 노후 경유차 소비자를 대상으로 폐차 후 신차 구입 때 개별소비세를 70% 감면한다고 밝혔다. 하반기 경제활력 제고 및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다. 7월중 관련 법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초순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수혜대상인 소비자들은 하루하루 신차 구매를 미루며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몇일 차이로 최대 143만 원에 달하는 혜택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지난 8일 시행한 전기차 보조금 지원방안도 비슷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환경부는 8일부터 전기차 구매 시 200만 원이 늘어난 1,40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1,500만 원에 달하던 국고보조금을 1,200만 원으로 삭감한 지 7개월만에 다시 200만 원 늘린 것이다.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정책이 반 년만에 변경될 지 몰랐던 250여 명의 전기차 구매자들은 200만 원의 선(先) 이용요금을 지불한 셈이 됐다. 남들보다 먼저 친환경을 생각한 대가(?) 치고는 꽤 비싸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친환경차 보급방안들은 하나같이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책 간 일관성이 떨어지고 기존 소비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장기전략이 아니라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니 소비자들은 점점 신뢰를 잃는다. 친환경차시장이 아직 불안하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데에는 어리숙한 정부 정책이 한 몫한다는 판단이다.

업계의 친환경차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소비자들의 의식은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다. 따라서 정부의 장기적인 안목과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슈 대응도 중요하지만 근간을 흔들어선 안된다. 소비자가 친환경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건 보급대책이 될 수 없다. 지금은 먼저 손을 뻗는 소비자들조차 포용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안심하고 친환경차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도입을 기대한다.

[기자파일]급조된 친환경차 정책, 소비자는 피곤하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