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도리안 그레이’ 김준수(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박은태 ,최재웅, 홍서영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도리안 그레이’ 김준수(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박은태 ,최재웅, 홍서영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미국 브로드웨이·영국 웨스트엔드도 하지 못한 시도가 펼쳐진다.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가 무대에 오른다. 영국의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으로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맞바꾸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11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이지나·작곡 김문정·대본 조용신과 더불어 배우 김준수·박은태·최재웅·홍서영이 참석했다.

이날 이지나 연출가는 원작에 대해 “유기적이고 탐미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이 탄생한 나라에서조차 뮤지컬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도 시도하지 못 했다”라며 “작품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주제가 무거운 데다가 철학적인 면도 있어 모든 연령의 관객을 이끌어야 할 뮤지컬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연출가는 “어려운 주제와 어려운 음악들도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방향의 뮤지컬만 만들어진다면 모든 작품은 같아지고 문화는 다양성을 잃는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에 대해 이 연출가는 “원작자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유지하되,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즐기고,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각색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은 ‘쇼 비즈니스’기 때문에 작품성이 좋아도 흥행에 실패하면 사라지는 장르다. 때문에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창작극이 가지는 위험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이 연출가는 “기획·스태프·배우가 갖춰졌기 때문에 소신껏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도전’을 해준 배우들과 ‘작곡’이라는 형벌 같은 길을 택해준 김문정 작곡가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배우들의 기대와 열정 역시 높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 도리안 그레이를 연기하는 김준수는 감정의 극과 극을 달리는 역을 맡은 것에 대해 “변화 과정에 대해 연출 팀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창작극이니 만큼, 다양한 관점을 열어두고 만들어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도리안 그레이를 파멸로 몰고 가는 헨리 워튼 역의 박은태 역시 “우리 나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뮤지컬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라며 “어떤 창작 뮤지컬보다도 많은 지원과 응원을 받고 있다. 배우로서 강한 욕심이 생긴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도리안 그레이’에는 또 한가지 색다른 시도가 더해진다. 국내 뮤지컬 최초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한 것. 제작진은 웅장한 규모와 극적인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체코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을 무대 전반의 연출에 활용해 시각적 효과를 꾀할 예정이다.

이 연출가는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어설픈 시도가 될 수도 있다”라고 고백하면서 “작품·음악·무용·연기·원작을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다.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시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갖가지 시도들이 한데 모인 ‘도리안 그레이’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도리안 그레이’는 오는 9월 3일부터 10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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