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은 1991년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해외 진출을 시작한 것이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수출로 극복하겠다고 했다. 풀무원의 해외 진출은 올해로 25년이 됐다. 하지만 해외사업 성적표는 초라하다. 미국, 중국, 일본 3개국에서 지난해 기록한 적자만 428억원이다. 해외사업 손실이 국내에서 거둬들인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진출 25년…'적자 늪' 깊어지는 풀무원
◆전략상품 없이 해외로

풀무원이 맨 처음 문을 두드린 미국 시장의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 풀무원 미국법인인 풀무원USA는 지난해 24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매년 수백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다. 주력 상품인 두부의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전체 두부 수요가 많지 않고,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다.

풀무원이 시장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진출한 중국, 일본에서도 지난해 각각 49억원과 130억원의 손실을 봤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해외 법인이 정상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실적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사업은 지금으로선 성장 가능성을 보기보다 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의 해외사업이 과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풀무원은 2004년부터 작년까지 미국에서만 비타소이 등 3개 식품회사를 인수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두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일관된 목표 아래 추진한 것이다. 인수합병한 기업들 간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해외사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사업도 경쟁 격화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에 따른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1990년대만 해도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내세운 기업은 풀무원이 유일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주요 식품회사들이 풀무원과 비슷한 콘셉트를 들고 나왔다. 대상의 청정원과 종가집, CJ제일제당, 아워홈 등이 두부, 콩나물, 계란 등 풀무원이 강점을 가진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등의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이마트의 피코크와 편의점 도시락 등 새로운 경쟁자들도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분야가 두부 시장이다. 풀무원은 1984년 포장두부를 처음 내놓으면서 시장을 개척하고 지배해왔다. 2000년대 중반까지 시장점유율은 75%에 달했다. 하지만 대상과 CJ제일제당 등 경쟁사들이 라면처럼 먹을 수 있는 면두부 등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서 풀무원의 영토를 잠식했다. 그 결과 풀무원의 시장점유율은 47%대로 내려왔다. 그동안 풀무원의 혁신은 두부 크기를 다양화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풀무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5.8%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2% 급감했다. 지난해 제품을 팔고 받은 돈을 의미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악화되고, 매출채권도 증가했다. 매출 증가를 내실 있는 성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수익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해외사업 부진을 들었다. 주가는 올초 20만원대에서 14만원대로 떨어졌다.

‘깨끗한 기업’이란 기업 이미지에 좋지 않은 일도 벌어졌다. 올초 두부 가격 인상에 대한 거짓 해명 논란, 지난달엔 직영점주 사망으로 인한 ‘갑질 논란’ 등도 있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