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려놓은 난자만 사용가능…"신선난자 사용해야" 목소리도

국내에서 7년만에 체세포복제 배아 연구가 재개되면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종교계와 생명윤리학계를 중심으로 생명체인 배아의 훼손, 인간복제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 배아줄기세포, 어떻게 만들어지나
'만능세포'로도 불리는 줄기세포는 신체 조직을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구성요소 뼈, 뇌, 근육, 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다.

줄기세포는 크게 수정란이나 체세포복제, 역분화(iPS) 등으로 만들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숙한 조직과 기관 속에 들어있는 '성체줄기세포'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체세포 복제방식의 배아줄기세포는 난자에서 핵을 빼내고 그 자리에 치료하고자 하는 난치병 환자에게서 채취한 체세포(난구세포)를 난자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핵이식 난자'를 만든 다음 전기자극 등 외부의 힘으로 세포를 융합하는 과정을 거쳐 배반포(복제배아) 단계까지 배양한다.

배반포 단계에 이르면 난자는 치료용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공 모양의 세포덩어리(내부세포덩어리)'와 태반으로 형성되는 '영양배엽세포'로 갈라지게 되는데, 내부 세포 덩어리를 떼어내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할 수 있는 배반포 단계까지를 '치료용 복제'라고 한다.

차의과대학은 2020년까지 5년간 600개의 난자로 체세포 복제배아 방식의 줄기세포를 만들어 시신경 손상이나 뇌졸중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이동률 차의과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용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용줄기세포란 모든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줄기세포다.

0.5% 정도의 사람은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체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면역거부반응을 피하는 줄기세포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얼려놓은 난자만 사용가능…"신선난자 사용해야" 목소리도
그러나 이번 연구는 얼리지 않은 상태의 '신선난자'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체세포 복제배아 방식의 줄기세포 제조에 가장 큰 관건은 얼마만큼 신선한 난자를 사용하느냐는 것인데 우리나라 생명윤리법은 동결난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미국 등의 경우 시험관 수정 후에 남는 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기증자가 있어도 난자를 얼려줘야만 잔여 난자로 인정받는다.

차의과대학이 7년 전인 2009년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고 시행한 동일한 연구에서 실패한 것도 동결난자 사용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연구에는 동결난자와 더불어 '비동결난자'(신선난자)가 사용됐지만, 생명윤리법상 비동결난자는 미성숙하거나 비정상적인 상태일 때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차의과대학교는 이번 연구에서 5년간 동결난자 500개. 비동결난자 100개 등 총 600개의 난자를 이용하게 된다.

이번에도 비동결난자는 미성숙하거나 비정상적인 상태로 한정됐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줄기세포 연구의 비동결난자 연구 사용 금지를 풀 것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아직 생명윤리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점 때문에 국내 체세포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차병원은 지난해 말 신선한 난자를 이용해 미국에서 시행한 하버드대학과의 공동연구에서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개발 성공률을 기존 1~2%대에서 7%대로 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인간복제' 우려 없나
이런 의학계와 과학계의 아쉬움과는 달리 다른 한편에서는 체세포복제 연구 재개에 따른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 나아가 배반포기 단계의 난자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시키면 이는 '인간복제'가 된다.

생명윤리학자들과 종교계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부는 관련 전문가들로 '차의대 체세포복제배아연구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연구진행과정에서 난자 사용 전에 난자이용연구동의서 등이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또 관리위원원회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직접 참관하고, 인간복제 방지를 위해 연구에 사용된 난자 및 배아의 폐기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도록 하고 이를 매년 현장 점검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성의 난자 사용과 생명체(배아) 훼손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들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종교계의 주장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교·윤리계는 그동안 '배아도 생명'이라는 입장 아래 생명을 파괴하는 배아연구를 중단할 것을 과학계와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런 우려 외에도 연구 성과가 쉽게 도출될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과학자들의 기대와 달리 배아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되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테라토마(종양)를 만들거나 기존 면역체계가 타인의 세포에 거부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은 환자 본인의 배아가 아니고 타인의 잉여 냉동 배아를 이용할 때 더욱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지난 3일 이번 연구의 조건부 승인에 대해 "난치병 치료 연구가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며 "가장 연약하고 무고한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