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 거대 통신칩 업체 퀄컴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어떤 제재조치를 내릴 것인가. 오는 20일 공정위 전원회의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퀄컴의 특허권 남용 문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물론이고 중국 대만 일본 등 해외 업체들까지 피해를 준, 국제적 이슈로 비화한 사안이다. 그런 만큼 공정위의 조치는 향후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퀄컴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금지’ 위반 혐의를 적시한 심사보고서를 보낸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지적된 퀄컴의 혐의는 △인텔 등 다른 통신칩 제조사에 표준특허 사용권을 주지 않은 점 △표준특허에 다른 특허를 끼워 판 점 △표준특허를 부여한 다른 회사의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한 점 등 세 가지다. 한마디로 퀄컴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표준특허의 준칙(FRAND)을 무시했고 끼워팔기 등의 위반 행위까지 자행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만 해도 연간 12억7300만달러(약 1조4700억원)의 로열티 지급을 강요받았다는 게 공정위의 추정이다.

하지만 퀄컴은 전혀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 대형로펌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데 이어, 미국 정부나 로비스트 등을 통해 한국 정부에 은밀히 압력을 가한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퀄컴은 한국과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한 차례씩 과징금을 받은 바 있지만 두 나라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차이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과는 협력을 약속한 반면 한국에서는 낌새조차 안 보인다.

외국업체가 한국을 봉으로 아는 건 퀄컴만이 아니다. 폭스바겐도 다를 것이 없다. 발 빠르게 움직인 미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뒷대응으로 일관했다. 폭스바겐 허위광고를 조사한다는 공정위는 아직 결론조차 못 내고 있다. 국내 업체에는 저승사자처럼 구는 정부 부처들이 외국업체 앞에만 서면 이렇게 작아지는 현실에서 한국이 무시당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공정위가 퀄컴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