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쉐보레 스파크 연식변경을 거치며 기존 무단변속기(C-테크)와 수동변속기 외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수동변속기를 자동변속기와 같은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는 '이지트로닉'을 선보인 것. 푸조의 MCP와 동일한 기술로, 자동변속기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가벼워 효율 면에서 유리한 게 특징이다.

반면 변속 시 울컥거림 등 변속충격이 발생한다는 단점은 있다. 수동변속기를 경험해봤거나 이런 방식의 변속기 조작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부드럽게 몰 수 있지만 자동변속기만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불편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수동보다 편하게, 자동보다 경제적으로'가 이지트로닉의 핵심이다. 쉐보레도 이지트로닉의 장점을 알리고 일반 소비자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많은 소비자가 부담 없는 가격에 구매하고,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지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스파크 이지트로닉 LT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연식변경을 거쳤지만 디자인상으로 큰 변화는 없다. 크기는 길이 3,595㎜ 너비 1,595㎜, 높이 1,475㎜, 휠베이스 2,385㎜로 공격적인 비례다. 지난해 완전변경을 거치면서 높이를 낮춰 역동성을 부각시켰다. 측면에 흐르는 두 개의 캐릭터 라인도 동적인 인상을 강하게 주는 요소다. 헤드램프는 형제차인 아베오나 크루즈 등과 유사하다. 리어램프는 부메랑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뒷모습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상하로 나뉜 듀얼포트 그릴은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요소다.

[시승]가장 경차다운 경차, 쉐보레 스파크 이지트로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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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무난하다. 직물시트의 착좌감은 고급 세단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가격을 고려했을 때 수긍이 가는 수준이다. 높낮이 조절은 운전석만 가능하다. 뒷좌석은 성인이 장시간 탑승하기엔 아무래도 좁은 편이다. 그래도 공간 활용성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뒷좌석은 6:4 폴딩이고, 두 개의 컵홀더와 도어포켓 등 수납공간도 곳곳에 갖췄다. 계기판은 LED를 사용해 시인성이 좋다. 계기판 우측 디지털 그래픽 화면은 자동차 정보를 간결히 표시한다. 광택 소재로 마감한 클러스터엔 7인치 디스플레이와 각종 조작버튼을 배치했다.

[시승]가장 경차다운 경차, 쉐보레 스파크 이지트로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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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엔 마이링크&세이프티 패키지가 적용됐다. 아이폰 이용자라면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내비게이션 등 몇 가지 유용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후방카메라와 사각지대경고시스템(SBSA)도 포함됐다. 뒷유리가 넓고 차가 크지 않아 사각지대가 많진 않지만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 다른 차가 접근했을 때 사이드미러에 표시되는 경고신호는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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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파워트레인은 1.0ℓ SGE 에코테크 엔진과 5단 이지트로닉의 조합이다. 최고 75마력, 최대 9.7㎏·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효율은 복합기준 ℓ당 14.7㎞(도심 13.6㎞/ℓ, 고속도로 16.4㎞/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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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트로닉의 연료효율은 정확히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 가운데 위치한다. 스파크 수동변속기의 복합효율은 15.2㎞/ℓ, C-테크는 14.3㎞/ℓ다. 이지트로닉 선택 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80만원으로 C-테크(163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C-테크보다 20㎏ 가볍다는 점도 효율 개선에 영향을 줬다. 경제성이 가장 큰 미덕인 경차에서 이지트로닉의 존재 의의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새 변속기는 쉽게 말해 '자동식 수동변속기'다. 자동변속기처럼 D모드에서 스스로 기어를 바꿀 수도 있고, 매뉴얼(M) 모드에서 운전자가 직접 변속할 수도 있다. 어떤 모드에서도 운전자가 클러치 페달을 조작하는 일은 없지만 내부 구조는 수동변속기와 거의 유사하다. 변속기가 자동으로 클러치를 조작하는 구조인 것.

[시승]가장 경차다운 경차, 쉐보레 스파크 이지트로닉

자동변속기는 기어가 상시 물려있는 상태에서 다판 클러치가 곧바로 기어 단수를 바꿔주지만 이지트로닉은 직접적인 클러치 조작에 따른 휴지기와 변속충격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대신 클러치 페달 없는 수동변속기라고 생각하면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2,000~3,000rpm 전후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기어 단수를 높이는 게 요령이다.

수동변속기와 마찬가지로 이지트로닉은 주차(P) 모드가 없다. 주차 시 중립 상태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워야 한다. 핸드브레이크를 당기지 않으면 차 키가 빠지지 않는다. 중립 주차를 하려면 시동을 끄고 키를 뽑은 뒤 다시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리면 된다.

출발할 땐 기어노브를 좌측으로 밀면 D모드가 활성화되고, 한 번 더 왼쪽으로 움직이면 M모드로 바뀐다. M모드에선 노브를 위 아래로 조작해 기어 단수를 올리고 내린다. M모드에서도 저단에서 너무 고rpm을 쓰고 있다면 차가 단수를 올려야 한다고 판단, 계기판에 변속 신호를 보낸다. M모드가 낯선 운전자여도 숙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 하다.

[시승]가장 경차다운 경차, 쉐보레 스파크 이지트로닉

체감 성능이나 주행 감각은 스파크 수동변속기와 유사하다. 힘이 넘치진 않지만 일생 생활에서 충분히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시속 110㎞에서 가속페달을 더 깊게 밟자 140㎞/h까진 스트레스 없이 속도를 붙여갈 수 있었다. 체증이 심한 도심부터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혼재된 상황에서 100㎞ 정도 주행했을 때 트립 상 표시된 효율은 ℓ당 16㎞ 정도였다. 표시효율보다 경제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속 주행 시에도 옆사람과 무리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큰 미덕이다. 경차는 구조 상 외부 소음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거나 다소 높은 턱을 넘을 땐 아무래도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진 못했다. 앞차와의 간격은 자동변속기보다 조금은 더 넉넉하게 잡아야 할 것 같다. 제동거리가 왠지 더 길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승]가장 경차다운 경차, 쉐보레 스파크 이지트로닉

▲총평
국내 경차 시장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판매 1위 자리를 놓고 쉐보레 스파크와 기아차 모닝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것. 시장에서는 두 회사가 경차 시장 1위를 놓고 판촉경쟁을 펼친다며 김치냉장고와 무풍에어컨 등 '가전제품 전쟁'까지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싸움터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담보돼야 한다.

지난해 완전변경으로 돌아온 스파크는 하반기 신차 출시가 예고된 모닝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세부 트림을 확대하고 제품 구성에 변화를 주며 신선함을 이어가고 있다. 스파크 이지트로닉도 그 중 하나다. 특히 경제성이란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가격은 낮추고 효율은 높였다, 제품구성은 간결하고 운전은 편안하다. 그러나 쉐보레가 야심차게 소개한 이지트로닉이 소비자에겐 아직 낯설 수 있다. 이 '자동식 수동변속기'를 어떻게 잘 알릴 지가 주어진 숙제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직접 타보니 나름의 시장 입지를 충분히 생겨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매우 경제적이니 말이다.

2017년형 쉐보레 스파크 이지트로닉의 가격은 1,214만원부터다.

[시승]가장 경차다운 경차, 쉐보레 스파크 이지트로닉
[시승]가장 경차다운 경차, 쉐보레 스파크 이지트로닉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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