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JTBC ‘아는형님’ / 사진제공=JTBC
JTBC ‘아는형님’ / 사진제공=JTBC
“홍진영-솔비 편을 다시 보시면 세트가 지금이랑 달라요. 이틀 만에 만들었거든요.”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할 줄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JTBC ‘아는 형님’(연출 최창수)은 지난해 12월, 강호동의 첫 종편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과거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로 영광의 시절을 함께 누렸던 여운혁 JTBC 제작2국장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있었기에 ‘아는 형님’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았다. 초창기 ‘아는 형님’의 콘셉트는 시청자들의 질문을 ‘형님’들이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해주는 것이었다. 멤버들 간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지만 시청률은 지지부진했고, 화제성 측면에서도 전혀 성과가 없었다.

각각의 멤버들이 가진 캐릭터들은 힘이 있었다. 나름대로 ‘아는 형님’을 좋아하는 마니아들도 생겼다. 그러나 여운혁 국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인기 예능들은 SNS에 ‘짤방’(본래 사진을 의미하는 말이나 여기에선 예능 프로그램들의 재미있는 장면들을 캡처한 것을 의미)으로 돌아다닌다. 그런데 우리는 짤방이 전혀 없다”며 14회 만에 포맷 변경을 단행했다.

‘아는 형님’의 선택은 ‘정신승리대전’이었다. 두 명의 연예인을 초대해 이들의 흑역사를 파헤치고, 이들 중 누가 ‘정신승리’에 성공하는지 가려보는 포맷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더 좋지 못했다. ‘아는 형님’의 최창수 PD는 “‘정신승리대전’을 하니 강호동은 강호동대로 부담감을 느꼈고, ‘아는 형님’에서 가장 호감이고, 신선한 캐릭터인 민경훈이 입을 열지 못하더라.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 다시 새로운 포맷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아는 형님’ 형님 학교의 첫 번째 녹화 세트 / 사진=방송화면 캡처
‘아는 형님’ 형님 학교의 첫 번째 녹화 세트 / 사진=방송화면 캡처
제작진은 우선 세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형님’들을 위해 어떤 무대를 준비할지 고민했다. 군대-양로원 등 여러 배경이 나왔으나, ‘학교는 어떨까’란 여운혁 국장의 아이디어로 결정이 됐다. 최 PD는 “배경이 정하고 코너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통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던 퀴즈를 준비했는데 다시 국장님이 ‘그게 재미있을까?’라고 말씀하셨다”며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하는 뻔한 퀴즈 말고 게스트가 자신에 관한 지극히 사적인 퀴즈를 직접 내게 만들자고 하셨다”고 전했다. 7명의 형님들이 근본 없는 멘트를 날릴 수 있는 장(場)이 이렇게 결정된 것이다. 최 PD는 “이 모든 게 홍진영-솔비 편 녹화 2일 전 새벽에 결정된 것이다. 세트도 이틀 만에 지었다”며 “강호동도 맞는 교복 사이즈가 없어서 현장에서 급하게 구한 옛날 스타일 교복을 입혔다. 혼자 튀니까 오히려 더 좋아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최 PD는 홍진영-솔비 편과 은지원-강균성 편을 같은 날 녹화했던 것을 언급하며 “사실 이 네 사람은 ‘정신승리대전’의 게스트로 섭외를 했던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급하게 콘셉트를 바꿨는데도 모두 정말 잘해줬다. 사실 그날 녹화를 마치고 나서 잘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반응이 안 좋을 때를 대비해 다른 포맷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강예원 편부터 진행한 ‘OO 인사이드’가 바로 그것이다.

‘아는형님’ 콩트 코너인 ‘인사이드’ / 사진=방송화면 캡처
‘아는형님’ 콩트 코너인 ‘인사이드’ / 사진=방송화면 캡처
‘인사이드’의 초창기 콘셉트는 여자 게스트 1명과 7명의 형님들이 꾸미는 ‘님과 함께’였다. 최 PD는 “‘형님 학교’가 반응이 안 좋으면 2시간마다 가상 남편이 바뀌는 방식으로 하루 종일 ‘님과 함께’를 찍어보려고 했었다”면서 “국장님이 버리기는 아까운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강예원 편부터 가장 마지막에 일단 찍어보자고 하셨다. 대신 수시로 남편이 바뀌는 것이 속도감도 있고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그렇게 바꿨다”고 덧붙였다.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아는 형님’은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계획이다. 최 PD에 따르면, 현재 ‘아는 형님’ 회의실 칠판에는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각종 학사 일정들이 적혀있다. 그는 “학교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하더라. 우리가 예능적으로 풀 수 있는 것이 많다. 환경 미화도 있고, 학부모 참관 수업도 있고, 가정 방문의 날도 있고, 수학여행도 한다”며 “앞으로 그날의 게스트에 어울리고, 멤버들의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수업들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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