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위기의 순간 弗붙은 자산가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 박해영 KEB하나은행 압구정역PB센터 PB팀장은 “투자를 쉬면서 미국 달러만 갖고 가는 자산가가 상당수”라며 “대한민국에 위기가 오면 달러화가 제값을 한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폭풍으로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브렉시트 가결 당일 원·달러 환율은 1179원90전으로 전일 대비 29원70전이나 급등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된 2011년 9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이었다. 그러나 지난 6일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지연 신호 이후 1150원대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위기의 순간 弗붙은 자산가들
이처럼 환율 시장이 요동치면서 안전 자산인 미국 달러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성진 조인에셋투자자문 대표는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위기에 취약한 체질이어서 국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분산 투자뿐 아니라 통화 분산이 필수”라고 말했다. 미국 달러화 등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넣으면 위기 상황에 급락할 가능성이 있는 원화 자산의 실질적인 가치를 상당 부분 보전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수익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이벤트(악재)가 발생하면 신흥국 시장에선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한국은 출렁거림이 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대외의존도(국민총소득 대비 수출입 비율, 2011년 113.5%→2015년 88.1%)가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수출 비중 중 중국을 포함한 신흥 아시아 국가의 수출 비중이 50%에 이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 둔화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2~0.6%포인트나 하락할 수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은 “앞으로 1~2년간 원화 자산을 달러화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리밸런싱 포인트”라고 말했다.

달러화 투자도 단기 환테크 차원이 아닌 중장기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환율 예측은 주식 전망보다도 어려운 영역이다.

이민구 부장은 “지난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 미국 주식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미국 국채 금리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며 미국 국채를 추천했고, 김 지점장은 “달러 예금을 기본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물가연동국채를 포트폴리오에 우선 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외화 예금은 미국 달러화의 경우 금리가 연 1% 내외로 수익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붙지 않고,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지난 6일 기준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1.318%까지 떨어졌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로 미국 국채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배현정 한경머니 기자 gr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