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智識)과 지혜(智慧)는 같습니까 다릅니까? 다르다면 무엇이 어떻게 다른 걸까요? 지식은 본질적으로 객관적 정보(information)입니다. 지식은 사실에 기반하고 있으며 객관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식은 실험(experience)을 거쳐 이론(theory)이 된 앎의 체계를 말합니다. ‘실험자가 바뀌더라도, 같은 행위를 동일한 과정으로 진행하면 그 결과는 변하지 않는 것’이 ‘이론’입니다. 지혜는 본질적으로 ‘생존전략’입니다. 원시시대 이후, 인류가 마주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개체적 차원에서 생존의 위협을 수시로 마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지혜는 생존에 필요한 최적의 교훈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공감합니다. 지식이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면, 지혜는 ‘바로 이 자리, 바로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춥니다. 지식과 지혜가 서로 상충하는 경우는 그래서 나옵니다.
[세계문화사 '콕 찌르기'] (27) 영어 속담과 한국 속담
속담은 지혜를 집대성한 것

‘속담’은 지혜를 집대성한 대표적인 샘플입니다. 우리 속담과 영어 속담을 비교하면서, 각 문화권이 가지고 있는 비슷한 생각과 다른 비유를 비교해 보는 건 어떨까요?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건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뜻이지요. 이 말을 영어로는 Seeing is wanting이라고 합니다. 글자 그대로, ‘보는 것이 원하는 것이다’입니다. 위 문장에서 단어를 하나만 바꾸면 다른 속담이 됩니다. Seeing is believing,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즉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입니다. 다른 영어 표현으로는 One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가 있습니다. ‘그림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가치가 있다, 즉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얼굴이 두껍다는 영어로?

언어학은 인류의 주요 의사소통 수단이 ‘언어’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합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최신 연구 성과는 의사전달 과정에서 언어적 수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19% 미만이라고 보고합니다. 표정, 어조, 몸짓, 사물 등의 비언어적 수단을 통한 의사소통 비중이 훨씬 더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을 연구하는 학문이 기호학(semiotics)입니다.

체면, 염치를 따지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을 일컬어 ‘얼굴이 두껍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Thick skinned’입니다. Sincerity moves heaven은 무슨 뜻일까요? 정성이 하늘도 움직인다, 즉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입니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은 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입니다. 한쪽 길은 바위, 다른 쪽 길은 험로(險路)라는 이야기지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Even a worm will turn입니다. 심지어는 벌레도 돌아설 수 있다는 말이지요. 발음이 순수 우리말 같지만, ‘지렁이’는 한자에서 온 말입니다. 땅의 용, 즉 지룡(地龍)이 원어인데 지렁이가 된 것이지요. 숭늉도 숙냉(熟冷), 즉 ‘끓인 뒤 식힌 물’의 한자가 어원입니다. 성냥은 석류황(石硫黃)에서 나온 말이지요. 여름나기의 비법 이열치열(以熱治熱)은 Fight fire with fire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A servant is only as honest as his master라고 합니다. 하인은 주인만큼만 정직하다는 표현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Dead men tell no tales이고 나쁜 일은 늘 함께 온다, 즉 화불단행(禍不單行)은 Misfortunes never come singly라고 합니다. 좋지 않은 일을 겪으면 체력, 판단력, 정신적 신체적 면역력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평소 같으면 쉽게 이겨낼 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가 커지는 것이지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입니다. Time heals all wounds는 무슨 뜻일까요? 시간이 모든 상처를 낫게 한다, 즉 ‘세월이 약이다’입니다. Time will tell all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우리말과 영어 사이에 조금 다른 비유도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After death, the doctor입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It takes two to tango입니다. 탱고 춤을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은 You’re talking to the wall입니다. 벽에다 대고 이야기 하는군요이다. The walls have ears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이다. I have his ear는 나는 그 사람의 귀를 가지고 있어요가 아니라 ‘그 사람은 제 말이라면 다 듣습니다’이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세요’는 Let sleeping dogs lie다. 잠자는 개는 그대로 놔둬라는 뜻이다.

It’s the tip of the iceberg는 무엇일까? 글자 그대로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이라는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다시 말하면 물 위로 보이는 빙산은 잠겨 있는 부분에 비하면 극히 조금이기에 이런 속담이 생겼다. 그렇다면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정확히 말해서 91.7%다. 지금 여러분이 발휘하고 있는 잠재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나머지 91.7%를 개발하고 활용하라.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Please knock at the door and it will be ope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