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1일 미국 서부 네바다주 사막. 1㎞ 길이의 레일 위를 초고속열차가 먼지를 날리며 눈 깜짝할 새 스쳐갔다. 열차가 시속 186㎞(116마일)까지 속도를 올리는 데 들어간 시간은 불과 2초. 주변에서 초조하게 시험을 지켜본 사람들은 환성을 질렀다. 이날 테스트는 하이퍼루프 원(Hyperloop One)이라는 회사가 주도했다. 공기 저항이 없는 진공튜브 안에 자기부상열차를 넣어 속도를 음속으로 높이는 원리를 실험한 것이다.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를 이끄는 엘론 머스크가 2013년 처음으로 내놓은 아이디어다. 이날은 진공튜브가 아니라 야외에서 실험해 공기 저항 때문에 속도는 목표치에 못 미쳤지만 하이퍼루프 원은 연말까지 목표인 시속 12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5년 내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16분 만에 갈 수 있다.
[Cover Story] 구글이 '찜'한 미래, 세계의 미래가 될까?
미래학자들이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고 꿈꾼다면 하이퍼루프 원, 머스크 같은 기업·기업인은 꿈을 현실로 바꾸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파괴적인 혁신’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세상을 여는 게 이들의 임무다. 그렇다면 지구촌의 수많은 기업 중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최고의 혁신기업은 어디일까? 답은 바로 구글(Google)이라고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은 전한다. 슈피겔의 토마스 슐츠는 “구글과 마주치지 않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며 “구글의 행보가 곧 (인류의) 미래”(저서 《구글의 미래》)라고 말한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회장을 맡고 있는 에릭 슈밋 최고경영자(CEO)는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구글 최고 두뇌의 집합체, 구글의 비밀병기로 불리는 ‘X’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은 이들의 꿈이 무엇인지 짐작해볼 수 있게 해준다. 2010년 ‘구글X’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X는 ‘프로젝트 룬’, 무인자동차, 무인항공기 배달, 눈물로 혈당을 잴 수 있는 렌즈 등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은 달을 잘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높이는 대신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을 제작하는 것과 같은 혁신적인 발상을 말한다.

[Cover Story] 구글이 '찜'한 미래, 세계의 미래가 될까?
X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은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풍선을 띄워 오지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태양열판, 네트워킹 안테나 등이 설치돼 있는 이 풍선은 성층권에서 직경 40㎞ 이내 지역에 LTE(4세대 이동통신)급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프로젝트 윙(Project Wing)’은 무인항공기 드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다. ‘마카니 프로젝트(Makani Project)’는 ‘에너지 연(Energy kites)’이라는 이름의 연 발전기를 이용해 풍력발전을 하는 것이다. ‘풍력 터빈’을 공중에 띄워 일정한 궤도로 하늘을 날게 해 발전 동력을 얻는다. ‘우주 궤도 엘리베이터’도 X의 연구 목록에 올라 있다. 지상에서 우주 정지궤도까지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X의 ‘라이프 사이언스’ 팀은 생리학, 생화학, 광학, 분자생물학 등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최대 프로젝트는 ‘베이스라인 스터디’. 영국 BBC는 이들이 암, 발병 직전의 심장발작, 뇌졸중과 같은 여러 질병의 초기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X에서 진행되는 여러 프로젝트는 개발이나 사업화가 진전되면 외부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1월 스마트폰처럼 사진을 찍고 인터넷 검색을 하며 길 안내도 받을 수 있는 구글 글라스(Google Glass) 개발팀을 X에서 떼내고, 12월 라이프 사이언스 팀을 베릴리(Verily)라는 알파벳 산하 독립회사로 분리시킨 게 대표적이다.

슈밋 회장은 지난달 8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글이 가장 주목하는 관심사업 일곱 가지’로 △헬스케어 △식물과 세포 유기체로 만든 고기 △빌딩도 짓는 3차원(3D) 프린터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먼저 말을 거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꼽았다.

“구글이 하는 일은 모두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것보다 10배 더 위대하고, 더 나으며, 더 빨라야 한다.” 래리 페이지가 밝힌 구글의 ‘10배(×10) 철학’이다. 인공지능 ‘알파고’로 세상을 놀라게 한 구글. 구글이 그리는 미래는 쓸모없고 이상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괴짜 생각’들이 세상을 바꿔나간다.

세계 최고의 기업은?

구글·애플·페이스북…미국 기업들이 1~10위 싹쓸이

세계 최고의 기업은 어디일까? 선정 기준에 따라 다소 다르겠지만 브랜드를 기준으로 할 때 세계 1위 기업은 구글로 나타났다. 브랜드 컨설팅회사인 밀워드브라운이 지난달 8일 발표한 2016년 ‘브랜드Z 톱100’에서 구글은 지난해보다 브랜드 가치가 32% 늘어난 2290억달러로 정상에 올랐다. 2위는 2280억달러로 애플이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위를 지켰다. 페이스북(5위)과 아마존(7위)은 10위 안에 처음 진입했다. 브랜드 가치를 기준으로 할 때 1~10위 모두 미국 기업이 차지했다. AT&T, 비자, 버라이즌, IBM, 맥도날드 등이 그 주인공이다.

100위권에 포함된 중국 기업은 15개로 지난해보다 1개 늘었다. 온라인게임 회사이자 소셜네트워크 기업인 텐센트, 차이나모바일, 알리바바, 중국공상은행(ICBC), 바이두, 중국건설은행, 화웨이 등이 50위 안에 포진했다. 차이나모바일밖에 없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반면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이 48위로 100위권에 들었다. 작년보다 3단계 하락했다. 우리 기업의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