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웬 말?" 백화점 명품매장 매출 급증
전통시장 "마지 못해 문 열어 놓는다" 불황 직격탄


"오라는 손님은 오지 않고 파리만 날리네요." vs "명품을 찾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 요즘 매출이 짭짤하네요."

7일 "최근 장사 좀 되십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전통시장 상인과 백화점 명품시장 상인은 지극히 상반되는 답변을 보내왔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입에서는 푸념과 한숨을 흘러나왔다.

하지만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파는 백화점 명품매장 사장님(?)들은 "불황이 웬 말이냐"라고 반문하며 "밀려드는 고객 때문에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8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롯데백화점 광복점 '해외명품 초대전' 매장에는 일찍부터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롯데백화점 측은 등 60여 개 브랜드가 총출동하는 이번 초대전에는 10억원 상당의 상품을 선보이는데 30∼60% 할인하기 때문에 조기에 동날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최근 백화점 업계는 명품이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백화점 부산지역 4개 점의 6월 명품 관련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5% 이상 증가했다.

1∼6월 누계 매출로 따져도 7.9% 증가해 백화점 매출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신세계 센텀시티도 마찬가지.
지난 1분기 명품 장르 매출이 지난해 1분기 대비 9.7% 신장률을 기록했고, 2분기 신장률은 15.9%에 달했다.

최근 한 달(6월 7일∼7월 6일)만 따져보면 작년 대비 25.1%나 늘었다고 한다.

내수시장 대부분이 죽을 쑤는데 명품만 내달리는 이유는 뭘까.

백화점 관계자들은 소위 포미족으로 포장된 젊은 세대의 맹목적인 명품 사랑이 명품 매출의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포미족은 자신을 위해 적극적 소비하는 20∼30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실제 최근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의 명품 고객 연령층을 보면 30대가 19.5%로 가장 많이 늘어났다.

명품시장이 문전성시지만 전통시장의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부산의 대표적 전통시장 중 한 곳인 수영팔도시장 정판훈 상인회장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 시장에는 160여 명의 상인 가입해 있는데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출감소는 공통된 현상이라고.
수영팔도시장은 지난해 12월 개장한 야시장마저 지난 5월 철수해 손님이 더 줄었다고 했다.

수영구가 나서 지난 7월 1일까지 야시장 운영자를 구하는 입찰공고를 냈는데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고 했다.

1937년 세워져 부산의 또 하나의 대표 전통시장으로 불려온 사상시장 상인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
야채 가게를 하는 김모(66·여) 씨는 "최근 몇 년간 불황이 지속하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겨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은 골목형 시장이어서 전통시장으로 정식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어려울 때 정부지원금 등도 받지 못한다고 했다.

김 씨는 "그는 하루 보통 5명 정도가 야채를 사러 올 뿐"이라며 "매출이라고 할 것도 없고, 늙어 할 것이 없으니 가게 문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해운대 신도시 대표시장인 좌동재래시장 김모 씨는 "지난해 메르스 때에는 2주 정도 매출 타격을 입었고, 올해는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손님이 확 줄었다"라며 "설상가상으로 백화점과 할인점이 고객을 빨아들여 전통시장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 소상공인 지원기관과 단체 등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많은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전통시장의 체감경기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소상공인 지원센터 관계자는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내수진작이 정말 어려운 시장에 포커스가 맞춰졌으면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명품시장 활황에 신이 난 백화점들은 하반기 명품할인매장과 특별전 등의 규모를 더욱 키워 진행할 계획이어서 전통시장 소상인들을 더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신정훈 김재홍 차근호 기자 s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