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함부로 애틋하게’ 화면 캡처 / 사진=KBS 제공
‘함부로 애틋하게’ 화면 캡처 / 사진=KBS 제공
티 없이 맑은 얼굴로 뒷돈을 받고, “상상하시는 것만큼 그렇게 많이 안 받아 처먹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두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청순미 가득했던 ‘국민 첫사랑’ 수지의 연기 변신은 옳았다.

수지는 6일 첫 방송된 KBS2 ‘함부로 애틋하게’(극본 이경희, 연출 박현석 차영훈)에서 다큐멘터리 PD 노을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노을은 비오는 날 불법적으로 폐수를 흘려보내는 대기업의 실태를 취재했다. 수지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추레한 옷차림 그리고 깡다구로 다큐멘터리 PD의 모습을 완벽히 구현했다.

무엇보다 노을의 반전이 묘미였다. 정의를 앞세우는 척 했지만 실상은 그들이 주는 돈 500만원에 비리를 묻었다. 사연은 금방 드러났다. 돈을 받은 노을은 받은 돈을 사채업자에게 입금시켰다. 빈궁한 삶이 그를 속물 PD로 만든 것. 그는 500만원에서 5만원을 뺀 채 구세군에 돈을 넣었다. 수지의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집세를 깎기 위해 집주인의 설거지를 하고, 해고 통보를 받고 나서는 애교를 장착한 채 회사에 출근했다. 그것이 통하지 않자 대표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1회 안에 수지는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기존의 맑고 청순한 이미지와는 다른 속물적이고 비굴한 캐릭터를 맞춤옷을 입은 듯 제대로 소화했다. 그러다가도 금방 쓸쓸하고 슬픈 눈빛을 한 채 눈무을 떨어뜨렸다. 변화무쌍했다. 예쁜 비주얼은 말할 것 없고 섬세한 감정표현 역시 돋보였다. 청순한 비주얼로 거짓말을 하고, 뻔뻔하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서 ‘국민 첫사랑’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김우빈과의 ‘케미’ 역시 합격점이었다. 노을은 한류스타 신준영(김우빈)과 어린 시절 가슴 아픈 악연으로 헤어졌던 사이. 그러나 노을은 신준영을 모른 채 하고,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접근했다. 과장된 하이톤과 표정으로 신준영을 대하던 노을은 1회 마지막 회에서 진짜 민낯을 드러냈다. “너나 몰라!”라고 소리치는 신준영을 향해 “알아, 이 개자식아”라고 말하며 두 사람의 사연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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