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어설픈 대응으로 화 키운 코웨이
“니켈은 견과류, 콩, 녹차 등의 식품에서 섭취 가능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섭취했을 때 내장 흡수율이 매우 낮고 섬유질과 함께 대변으로 배설된다.”

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 등 이물질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진 지난 4일, 코웨이가 배포한 보도자료와 사과문 일부다.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나왔다는 주장에 코웨이는 문제가 된 3개 모델을 공개하고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즉시 고개를 숙였지만 반론을 제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니켈이 꼭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니켈은 수도꼭지, 주전자 등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정수기에서 검출된 소량의 니켈은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제시한 기준(하루 0.5㎎ 이하)을 적용하면 10㎏ 체중의 영유아가 매일 1L씩 7년간 정수기 물을 섭취해도 유해하지 않은 농도”라고도 했다.

코웨이 ‘해명’에 소비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까. 아니었다. “당장 해약하겠다”, “지금까지 낸 렌털 요금을 돌려달라”는 항의성 글이 코웨이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선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이름을 올렸다. 제품을 판매하는 방문판매원(코디)들조차 “본사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주식시장에선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지난 4일 코웨이 주가는 올 들어 최대 낙폭(-6.98%)을 기록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코웨이의 대처가 적절치 못했고 단기간 끝날 이슈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주식 매도 이유를 설명했다.

니켈 검출 사실을 알고도 사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코웨이는 문제의 부품을 작년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했다. 그러면서 사용자들에겐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설명 대신 “냉각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이런 식으로 8만7000여개 제품의 약 97%를 수리했다. ‘니켈이 유해하지 않다’는 해명이 무색해진 이유다. 더 늦기 전에 진솔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놔야 소비자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듯하다.

안재광 중소기업부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