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조재현이 4일 서울 종로구 수현재씨어터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조재현이 4일 서울 종로구 수현재씨어터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조재현은 악역의 대가다. 사창가의 깡패부터 부패와 비리로 점철된 경찰총장이 되기도 했고,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악행이라도 마다하는 국수의 신으로 분하기도 했다. 비현실적으로 광기에 가득 찬 악을 현실적으로 표현해 내 ‘악역 보증 수표’라는 애칭도 붙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조선시대 구전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희대의 사기꾼 ‘김선달’과 맞붙는다. 죽을 뻔한 고비에서 살아 돌아와 이제는 잃을 것도 없다는 김선달의 대담함과 맞서는 악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을 높이는 데다, 오랜만의 유쾌한 오락 영화 출연이라 더욱 반갑다. 자신은 그저 보너스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겸손하게 털어놓은 그를 4일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났다.

10. ‘봉이 김선달’을 촬영한 지 1년 가까이 돼간다. 개봉을 기다리는 소감은.
조재현: 1년 가까이 돼가니 나도 영화를 보면서 ‘저런 장면도 있었구나’ 싶었다. (웃음) 그 때 굉장히 더웠던 기억이 나고 걱정도 좀 했었다. 영화는 밝고 경쾌한데 내가 맡은 ‘성대련’은 상대적으로 무거워서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다행히 잘 표현된 것 같다.

10. 많은 악역을 하면서 “악역을 악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성대련’이라는 나쁜 남자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나.
조재현: 성대련은 나쁜 사람은 맞는데 재벌 정치가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은 자기가 악을 자행하는 것에 대한 논리도 있었다. ‘왕이 시원찮아서. 나라가 시원찮아서 내가 나서야겠다’는 것이다. 내가 국가를 대신해서 일을 하고 그것을 애국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재벌 정치가의 생각이다. 재벌들 중에 그런 사람들 있지 않나.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비리도 정당화하는. 성대련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찮은 백성을 우습게 보는 권력가다.

10. 성대련은 끝까지 집착을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조재현: 성대련은 자기가 지는 것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권력가인데 돈이 문제겠나. 무언가를 성취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고 할 때 실패하는 것이 싫은거다. 단순히 복수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악역은 아니다.

배우 조재현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수현재씨어터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조재현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수현재씨어터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성대련으로서 김선달을 대할 때 미묘한 심리전도 있었을 것 같다.
조재현: 성대련이 볼 때 김선달은 아주 우습게 보이는데도 우습게 볼 만한 애가 아니구나라고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다. 고도의 머리싸움을 하는 거다. ‘겉으로는 되게 앳되고 어려 보이는데 보통 놈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10. 한 인터뷰에서 악역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동정도 일으킬 수 있는 역할이라고 했다. 성대련은 어떤가.
조재현: 성대련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전쟁 통에 부모도 잃었는데 임금은 제일 먼저 도망갔지. 아마 그때부터 성대련은 세상에 믿을 놈 없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내가 대신해서 나랏일을 하겠다는 성대련은 어떤 의미에서는 애국자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걸 희생시킨다는 점에서 잘못된 거지.

10. 견이(시우민)한테 정말 잔인했다.
조재현: 성대련이 아주 냉정한거지. 견이를 통해 성대련의 잔인함을 과감하게 표현한 거다. 김선달에게 ‘까불지 말아라’ 이런 사인을 보내는 것이기도 했다.

10. 술잔을 던지는 신도 인상적이었다.
조재현: 그 장면은 한 번에 오케이 돼서 CG도 안 들어갔다. 때리는 것도 반 박자 빨라야 한다. 우리나라 축구도 반 박자가 느리니 항상 골 결정력이 부족하지 않냐. 유럽축구를 보면 항상 반 박자 빠르다. 바로 골을 넣어버리는 거다. 연기도 똑같다. 반 박자 빠른 연기가 실감난다.

10. 유승호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조재현: 나는 상대 배역마다 연기 호흡이 틀리다. 연기 합은 그 배우에 맞게 또 함께 이뤄지는 것이기 ?문이다. ‘어떻게 해야지 서로가 좋아질까’라고 생각한다. 승호는 굉장히 맑다.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느낌이라, 내가 너무나 센 조미료나 향신료를 넣어서 연기를 해 버리면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만약 영화 장르가 느와르였다면 매운맛이나 신맛을 세게 넣어버리겠지만 그런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 것을 감추고 승호를 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승호 자체가 MSG가 들어가지 않은 듯한 느낌의 얼굴과 연기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거기에 대적하는 남자로만 표현하려고 했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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