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23 - 삼성역]
{'초대형 지하상권' 건설 호재}
{잠실야구장 30배 넓이...5년 뒤 완공까지 "버티는 게 관건"}

[한경비즈니스 = 이정흔 기자. 이해인·주재익 인턴기자 ] “최근 2~3개월 사이에 이 지역 상가 건물이나 부동산 매매가가 20% 정도 올랐어요.”

취재 중 만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가 전한 최근 삼성역 상권의 분위기다. 부동산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이나 땅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팔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5년이 지나면 이 근처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며 “부동산이든, 건물이든 매매가는 갈수록 계속 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처럼 달아오르는 투자 열기와 달리 실제 영업 중인 상인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5년 뒤든, 10년 뒤든 상권이 커지면 유동인구가 그만큼 늘어나겠지만 치솟는 임대료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창업 투자자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투자열기는 활활, 상인들 분위기는 차분

(사진)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코엑스몰로 들어가는 입구. SM타운이 자리잡고 있어 한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김기남 기자

◆침체된 코엑스몰에 새로운 활기

삼성역 상권의 투자 열기가 뜨거운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5월 서울시가 코엑스와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연결하는 ‘영동대로 지하 공간’ 개발 구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 사이의 구간을 지하 6층 규모의 ‘복합환승센터’로 개발할 계획이다.

코엑스와 현대차 GBC가 연결된 복합 쇼핑몰의 전체 면적은 잠실야구장의 30배 크기(총 42만㎡)에 달한다. 2017년 착공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의 도약이다.

이처럼 ‘메가톤급 대형 호재’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상권이지만 문제는 개발이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상권 내부의 상인들조차 폭발하는 유동인구에 웃어야 할지, 올라가는 임대료에 울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다.

복합 쇼핑몰 코엑스몰을 끼고 있는 삼성역은 국내 대표적인 지하 상권이다. 2014년 말 대대적인 리뉴얼 오픈한 코엑스몰 상권은 사실 한동안 ‘대한민국 대표 지하상가’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침체기를 겪었다.

그동안 익숙했던 지하상가 분위기와 이동 동선이 갑자기 너무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가 지적됐다. 국내 복합 쇼핑몰 지하상가가 드물었던 기존과 달리 최근에는 잠실역 롯데지하상가를 비롯해 인근에 복합 쇼핑몰 지하상가가 늘어나며 고객이 분산된 영향도 컸다.

코엑스몰 지하상가는 상가 내부의 머천다이저(MD) 구성 등을 따져 공개 경쟁입찰로만 입점할 수 있다. 계약 기간은 일반적으로 2년이고 매출과 연동해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만약 매출이 많지 않을 때는 공개 입찰 당시 적어 낸 ‘최저 임대료’를 대신 지불하도록 돼 있다.

코엑스몰 입점 담당 관계자는 “제안 수수료율은 공개할 수 없다”며 “보증금은 최소 보장 임대료의 24배로 책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엑스몰 내부의 한 상인은 “장사가 잘되면 잘되는 대로 수수료가 많이 나가고 장사가 안 돼도 최소한의 임대료가 있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며 “대형 매장들도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곳이 많다”고 전했다.

◆MICE 관광객, 객단가 높아

이처럼 침체된 상권 분위기에 그나마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영동대로 지하 공간’ 개발 호재다. 물론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에 상인들이 직접적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취재 중 만난 한 가게 주인은 “그렇지 않아도 대형 브랜드나 백화점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만만한 상권이 아니다”며 “이곳이 대형화될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질 텐데 오히려 고객을 뺏기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투자열기는 활활, 상인들 분위기는 차분

(사진)코엑스몰 내부 상가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김기남 기자

하지만 개발 완공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는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철도·버스·도심공항터미널·컨벤션센터·호텔·복합쇼핑몰까지 갖추고 나면 삼성역 지하상가 일대가 ‘글로벌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의 허브’로 탈바꿈할 것이란 데 기대감이 크다.

지금도 코엑스몰 지하상가는 전체 고객 중 외국인 관광객의 비율이 20~30%를 차지하는 편이다. 개발이 끝나면 이 같은 비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권강수 한국창업정보원 이사는 “일반적으로 MICE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과 비교해 대략 1.8배 정도 지출이 많은 편”이라며 “단순히 유동인구를 더 많이 확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가 높은 외국인 고객들을 탄탄한 배후 수요로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삼성역 인근의 지상 상권에도 변화가 미치고 있다. 세븐럭카지노코엑스몰점 맞은편에 위치한 먹자 상권이 삼성역의 대표적인 지상 상권이다. 이들 상권들은 코엑스몰 지하상가와 달리 인근 오피스 직장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대부분이 음식점이나 커피숍으로 업종이 몰려 있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특히 코엑스몰 지하상가에는 유흥 시설이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회식 수요를 잡을 수 있는 업종이 성행하고 있다.
투자열기는 활활, 상인들 분위기는 차분

(사진) 삼성역 인근 세븐럭카지노 맞은편에 자리한 먹자 상권. 인근 오피스 직장인들의 식사나 회식을 위한 업종이 포진해 있다. /이승재 기자

선일부동산 관계자는 “직장인 고정 수요를 바탕으로 하는 곳이어서 원래 크게 변화가 없는 상권”이라며 “최근 대형 호재들이 발표되면서 기대감이 자라나는 것은 맞지만 당장 큰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임대 시세는 최근 3년 사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는 181.5㎡(55평)를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 월세 600만원 수준이다. 권리금은 1억500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상인들 사이에서는 향후 임대료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테헤란벨리부동산 관계자는 “매매가가 뛰고 있으니 임대 시세 또한 따라 오를 것이 분명하다”며 “특히 상권 구역이 제한돼 있어 공급이 수요보다 적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계열사 입주 후 임대료 회복 중

최근에는 2015년 개통된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삼성중앙역 주변과 현대차 GBC 건설 부지 뒤쪽 상권도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차 GBC 부지 뒤쪽에 새롭게 맥줏집을 오픈했다는 김현국 씨는 “원래 반포에 가게가 있었는데 한국전력(한전)이 빠져나가면서 이 건물 뒤쪽 상권의 임대료가 소폭 떨어져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말했다.
투자열기는 활활, 상인들 분위기는 차분

(사진) 코엑스몰에서 바라본 현대차 GBC 부지. 얼마 전 본격적인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 /김기남 기자

이 지역 지상 상권은 옛 한전 부지에서 한전 임직원들이 빠져나가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옛 한전 부지 뒤쪽 골목 상권의 임대료는 세븐럭카지노 맞은편 먹자 상권과 비교해 소폭 낮아지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최근 현대차 계열사들이 다시 입주하며 회복되는 추세다.

매출 또한 점차 회복 중이다. 김현국 씨는 “향후에 지하상가 개발이 완공되면 유동인구가 많아져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그때까지 5~8년의 기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기본적으로 지하상가가 잘 갖춰진 상황에서 쇼핑객이나 관광객은 지상으로 나오기보다 지하에 머무를 확률이 높다”며 “개발 호재의 영향으로 지상상가에 유동인구가 흘러들기까지는 완공 이후에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에서 완공까지 5년의 시간을 포함해 최소 8년은 있어야 상권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임대 시세는 개발 착공과 함께 본격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창업 투자자로서는 이 기간을 버틸 만한 자본력과 경쟁력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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