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주건 서울대병원 교수팀 "치료비 부담 줄일 수 있을 것"

'간질'로 잘 알려진 뇌전증 발작을 억제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 국내 의료진의 손으로 개발됐다.

우리 몸속 특정 물질(마이크로 RNA-203)이 심하게 활성화되면 신경세포가 덩달아 증가해 결국 뇌전증 환자가 발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개발 힌트를 얻었다.

이상건·주건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뇌전증 환자와 동물모델에서 마이크로RNA-203 발현량이 증가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인구 천명당 6.5명이 앓고 있는 뇌전증은 매우 흔한 신경계 질환이지만 아직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는 상태다.

연구진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의 60%는 항뇌전증 약물을 통해 조절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약물 사용으로 막대한 경제적 부담과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주건 교수는 "뇌전증은 유전적으로도 생길 수 있으나 대다수는 심한 뇌 손상, 스트레스, 바이러스 감염, 면역체계 붕괴 등 여러 가지 자극들로 인해 유발된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치료가 아닌 뇌 절제수술을 통해 상태가 좋아지는 환자도 있으나 수술에 따른 정신적·생리적·행동적 고통이 심하다"며 "따라서 약물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뇌전증 환자 뇌 조직과 동물모델에서 마이크로RNA-203 양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물질이 많아지면 신경세포 활성 억제에 관여하는 또 다른 물질(글라이신 수용체 베타 서브유닛)의 발현을 방해해 신경세포가 과하게 증가함으로써 뇌전증 환자가 발작에 이른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주 교수는 "마이크로RNA-203을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 후 뇌전증 환자의 코로 분사 투여해보니 발작 발생빈도가 70% 이상 억제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시험단계로 진입시키기 위해 추가연구에 들어갔다.

주 교수는 "약물 투여 후 발작 억제 효과 지속시간이 2주 이상 간다는 사실도 입증됐다"며 "앞으로 이 기술이 제품화, 상용화되면 뇌전증 치료에 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분자신경생물학(Molecular Neurob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