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세수증가, 세정혁신의 열매
세제와 세정은 구분돼야 한다. 조세체계의 골격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국회가 법률로 정한다. 법률에서 위임하거나 집행과 관련된 사항은 정부가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으로 정한다. 이와 같은 세법체계를 다루는 것이 세제다. 기획재정부 장관과 1차관 및 세제실장으로 지휘체계가 이어진다.

국세의 부과 및 징수와 관련된 세정은 국세청이 관장한다. 일부 법령해석이나 운영지침을 만들기도 하지만 국세청은 기본적으로 조세법령에 따라 세금을 걷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일부 여당 의원이 세수가 초과 징수된 이유를 따지며 국세청장을 질책했다.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과세표준과 세율은 세법에 규정돼 있다.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이 세수를 따지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야당 의원들은 조용했다. 세금을 덜 거두려면 과세 대상을 줄이거나 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할 일이다.

국세청은 세법규정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는 세정운영 기관이다. 국세청이 정치적 고려로 세금을 줄여주는 것은 불법이고 직무유기다. 세무조사가 많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한국의 조사 비율은 매우 낮다. 세무조사에 의해 징수하는 세수 비중도 3%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에는 고소득 자영업자 탈세가 심각한 사회문제였으나 요즘은 많이 해소됐다. 근로소득자 지갑은 ‘유리지갑’이라고 불평했지만 근로소득공제 등 혜택이 다양해 사업소득자보다 훨씬 유리하다. 2014년 연말정산 파동에 대한 임기응변 대책 때문에 전체 근로소득자 1500만명 가운데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48%까지 치솟았다.

근로소득은 고용주가 원천징수해 납부하기 때문에 국세청이 세수를 늘릴 방도가 별로 없다. 그러나 사업소득은 거래 상대방의 자료를 전산망을 통해 상호 대조하는 등 세수 포착률을 높이는 방안이 많이 도입됐다. 국세청 전산망을 통해 집결한 과세자료를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해 자진신고를 유도함으로써 세수가 크게 늘었다. 국세청 전산망 효율이 개선됨으로써 모든 세원의 시발점인 부가가치세가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있다. 수입금액이 누락 없이 포착되면 부가가치세를 비롯해 법인세와 소득세가 줄줄이 증가한다.

허술한 세법체계는 합리적 세정의 장애요인이다. 법인세와 관련된 비과세·감면이 과다하고 복잡해 납세자와의 의견 대립으로 인한 불복절차가 지나치게 많이 제기된다. 조세심판원을 비롯한 행정부 내에서 종결하지 못하고 사법부로 이동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난다. 국제조세 분야에서의 불복은 사안도 복잡하고 소송금액도 엄청나다. 론스타를 비롯한 해외펀드와의 오랜 다툼으로 인한 막대한 환급금이 예상되기도 한다.

구글 등 다국적기업이 조세조약 및 국제적 과세기준의 허점과 각국 세법의 미비점을 활용해 실질적인 경제활동이 없는 저세율 국가로 이익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조세회피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제조세 전문가 육성 및 안정적인 유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로의 이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복지에 충당하기 위한 복지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건전 재정 유지를 위한 세수 증대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진다. 세율 인상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경제의 국경이 없어지고 사업장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체제에서 우리만 법인세율 인상을 고집할 수는 없다. 고용 주체인 생산시설이 해외로 대거 이전되면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더 큰 위기를 초래한다. 세율 인상은 억제하고 누락된 세수를 빠짐없이 찾아내는 세정개혁에 주력해야 한다.

세율을 낮춰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의 복귀를 유도해야 한다. 일자리 증대를 통해 국민소득을 늘리는 성장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국세청의 세정혁신이 국가 재정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내야 할 세금을 투명하게 집계해 납세자에게 알려주는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 재정의 파수꾼인 국세청 혁신에 국민적 성원이 모아져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