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아파트 집단대출을 제한하는 등 부동산 시장 규제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부동산 경기를 띄워 소비를 늘리고 경기회복을 꾀해왔던 정책기조가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지난 한 주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는 데 따른 대응이다. 부동산시장 직접개입도 시작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재건축 시장의 과열여부를 주시 중’이라며 경고를 날렸다. 그러자 서울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은 고가 논란을 빚은 분양가를 3.3㎡당 5000만원대에서 4000만원대로 내리기로 했다.

노골적인 개입과 규제로의 U턴은 부동산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현 정부 실세인 최경환 의원은 불과 2년 전 부총리 취임 당시 부동산 살리기의 중요성을 강조 했다. 구조적인 수출 부진 탓에 ‘자산효과’를 통한 소비회복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지금과 정반대 정책을 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하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3법’의 국회통과도 관철시켰다.

대출규제가 시행되면 강남재건축 시장의 과열이 일시 진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내수경기를 지탱해온 한 축인 부동산 시장의 냉각이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수도권과 달리 영남 호남 등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이상징후로 불릴 만큼 올 들어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태다.

정부의 딜레마는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나선 잘못된 접근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동산 활성화는 대증요법일 뿐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착시를 불러와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악순환을 부르게 된다. 최 의원이 부총리 취임 당시 내놓았던 ‘4대 구조개혁과 경기활성화라는 두 마리 사자를 모두 잡겠다’던 다짐이 허언이 된 데서 잘 드러난다.

강남 재건축 과열은 길게 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 무리하게 도입한 초과이익 환수제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재건축이 사실상 중단된 강남권에서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수급이 왜곡됐고, 2013년 초과이익환수제가 풀리자 시장수요가 일시에 폭발한 측면이 크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의적인 규제로 경기를 조절하겠다는 발상은 언제나 독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