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예산을 짜기 위한 실무작업이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당초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마련 차원에서 시작한 추경 논의가 브렉시트 사태와 맞물리면서 편성 규모도 갑자기 커지는 분위기다.

추경예산은 규모의 문제라기보다 당초 취지에 맞춰 편성과 집행을 얼마나 신속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주 정부는 올해 성장을 2.8%로 낮춰잡은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안을 당정협의에 올렸다. 그러나 추경예산의 기민한 편성과 집행이 안 된다면 이나마 목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브렉시트라는 돌출변수까지 만났다. 브렉시트에 과도하게 매몰된 채 추경 논의를 질질 끈다거나 단기적 파장에 따른 막연한 불안으로 규모만 키우자는 식은 경계할 일이다.

물론 민간 투자심리가 올 들어 한껏 움츠러든 것은 사실이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산업 구조조정, 길을 잃은 노동을 비롯한 소위 4대 구조개혁, 만성화한 규제행정과 20대 국회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와 고용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기 대비 0.5% 성장한 지난 1분기 성장률에서 정부 기여도가 0.5%포인트인 데 비해 민간부문은 0%포인트였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을 돌아봐도 재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걱정은 추경 편성과정에서 국회가 어떤 누더기로 만들어버릴까 하는 점이다. ‘구조조정 관련’의 범위를 멋대로 한껏 해석해 지역의 크고작은 SOC 민원사업까지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능히 둔갑시키는 게 우리 국회다. 브렉시트를 빌미로 추경예산을 마구 늘리며 적절한 타이밍까지 놓치게 한다면 혈세를 지역구나 민원사업에 훔쳐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정부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