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교민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
중국에는 80만명에 달하는 재중(在中) 한국인과 6만명의 유학생이 있다. 중국에 진출해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이 2만개에 달한다. 중화권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중국과 수교한 지 25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내에 교역규모가 25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세계 무역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성과를 얻기까지는 현지 교민과 투자기업, 중국에 유학한 인재들의 역할이 컸다. 또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도움도 크게 작용했다.

회사에서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으로 주재원 발령이 나면 즐거워한다. 그러나 중국은 선호하는 지역이 아니다. 교육이나 의료 등 사회시스템을 고려하면 수긍이 간다. 한·중 수교 초창기에 중국에서 생활한 우리 교민들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1990년대 말 한국에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주재원은 강제 퇴직당하고, 중국에 주저앉아 자영업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오고 있다. 중국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들도 취업의 벽을 넘지 못하고 현지에 눌러앉는다.

외국에서의 생활은 문화적 차이, 법과 제도의 장벽으로 공정경쟁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지 교민들이 자녀교육이나 의료 및 안전 등에서 어려움과 고통을 호소해도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는다. 어려움이 닥쳐도 현지에서 스스로 해결하라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중국은 이민이 허용되는 국가가 아니다. 재중 교민은 한국에 주소를 두고 대부분 국민연금, 의료보험, 세금을 납부한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서 살아야 하는 한국인이다.

중국 내수시장 개척은 모든 기업의 과제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잘 아는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중국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중국에서 경험을 쌓은 재중 교민이 많다. 그러나 이들을 우리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전혀 없다.

국가는 이들을 우리의 소중한 자원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들을 관리하고 교육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은 700만명에 달한다. 국가 차원에서 이런 재외 교민 인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한 사람의 인재를 만드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린다. 재중 교민뿐 아니라 해외 교민은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다.

조평규 < 중국 옌다그룹 부회장 pkcho12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