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그래, 그런거야’ 포스터 / 사진=SBS 제공
‘그래, 그런거야’ 포스터 / 사진=SBS 제공
시청률 저조로 인한 조기종영은 아니라고 한다. 올림픽 중계 편성으로 인한 6부 축소 방송이라지만 왠지 예상됐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SBS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가 당초 60부작에서 54부작으로 종영을 결정했다. 어쩌다 ‘김수현 월드’에 균열이 간 걸까?

▶ 시청률, 화제성 모두 떨어져

김수현 작가가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이후 약 3년여 만에 선보인 ‘그래, 그런거야’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초반에 부진하더라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늘 중반부 이후부터는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래, 그런거야’만큼은 예외다. 38회까지 방송된 ‘그래, 그런거야’는 8~9%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폐지됐던 9시대 드라마의 부활 작품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그간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떠올린다면 분명 아쉬운 수치다. 무엇보다 화제성 면에서는 거의 전멸이다. 노년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라지만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떠올린다면 이마저도 물음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김수현 작가는 방송사가 모셔가는 스타이자 배우들이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멘토이기도 하다. “배우라면 김수현 작가 작품은 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40년 이상 활동한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불륜, 동성애, 장애 아동, 미혼모 등 예리한 문제의식으로 시대적 화두를 던졌다. 그렇게 독자적인 ‘김수현 월드’를 쌓아왔다. ‘그래, 그런거야’는 견고할 것만 같던 ‘김수현 월드’의 아성에 흠집을 남겼다.

▶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

‘그래, 그런거야’에는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 손주까지 3대에 걸친 대가족이 출연한다. 늘 대가족 이야기를 그려왔던 김수현 작가는 이번에도 그 틀을 놓지 못했다. 여기서부터 진통을 앓았다. 1인가구 600만 시대, ‘나홀로족’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 3대가 함께 모여 사는 모습은 말 그대로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목욕탕집 남자들’(1995), ‘부모님 전성사’(2004), ‘엄마가 뿔났다’(2008), ‘인생은 아름다워’(2010), ‘무자식 상팔자’(2012) 등과 비슷한 가족 구성원과 소위 ‘김수현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같은 듯 다른’ 드라마라는 느낌을 안긴다.

‘그래, 그런거야’의 가족은 주말마다 모여 식사를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의 일에 참견하고, 간섭하는 이들의 모습은 왠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결혼 한지 두 달 만에 남편과 시어머니를 잃은 며느리 이지선(서지혜)은 5년째 시아버지 유민호(노주현)를 모시고 같은 집에 산다. 시아버지가 결혼을 하고 나서야 그 집을 나선다. 그 조차도 눈물 바다다. 남편에게 19살짜리 혼외자식이 있는 것도 모자라 결혼 전 정관수술을 한 사실을 알게 된 ‘똑 부러져 보이는’ 한혜경(김해숙)의 딸 유세희(윤소이)는 절망하지만 결국 남편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살다 가자”면서 아들까지 거두기로 한다. 이들에게 가족은 최우선이고, 무슨 일이든 비밀을 공유해야만 하는 사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계보를 보면 늘 달라진 가족의 양상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래, 그런거야’를 통해서는 그 흐름을 읽어낼 수가 없다. 가족의 소중함 등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지만 공감을 자아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분석했다.

▶ 공감의 부재, 피로감만 커져

그 시대에 화두가 될 만한 이슈를 건드렸던 김수현 작가지만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동성애를, ‘무자식 상팔자’에서는 미혼모,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이혼녀의 결혼과 또 다른 이혼 등을 다루며 메시지를 전달했다. 변치 않는 김수현표 스타일에도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며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취업을 하지 않고 여행만 하겠다는 ‘취포자’(취업포기자) 막내아들 유세준(정해인)에 대한 이슈가 나온다. 요즘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실업문제를 다뤘지만, 자발적이다 못해 당당한 모습의 세준의 모습과 그런 세준을 그저 어린아이 취급하면서 가르치려만 드려는 기성세대의 모습은 공감을 자아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유독 김수현 작가 특유의 화법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다. 김수현 작가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늘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어법으로 특유의 ‘따발총식’ 대사를 내뱉는다. 이는 그를 언어의 연금술사로 부르는 이유이자 배우들이 그의 작품을 존경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수현 드라마에서는 주로 고통 받는 여성이나 약자들이 사회에 대한 비판과 공격으로 ‘따발총’ 어법을 사용했다. 억눌리고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점을 화려한 수사와 속시원한 화법으로 펼치며 대중들의 호응을 얻었다”면서 “하지만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메시지 없이 특유의 화법만 남으며 피곤함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그래, 그런거야’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분명 현실과 맞닿는 지점이 있고,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 역시 느껴진다. 하지만 드라마가 지금 현재 시청자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꼭 봐야하는 당위성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 공감 부족이 ‘그래, 그런거야’의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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