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나 경남 밀양에 영남권 신공항을 짓는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지난 1년간 신공항 부지 선정 용역을 수행해 온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신공항을 짓기보다는 기존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극심한 갈등 속에 진행돼 온 영남권 신공항 건설논의는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본격 제기한 지 꼭 10년 만에 완전히 백지화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에 이미 백지화됐던 것을 부활시켜낸 ‘대선 정치’의 오류가 과학적 조사에 다시 무너지고 기어이 바로잡힌 것이다. 우리는 이번 결과는 정상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더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김해공항의 확장과 효율적 이용에 노력할 일이다.

신공항 백지화라는 결과에 당혹스러워할 영남 지역민이 많을 것이다. 허탈감을 넘어 ‘이러자고 그 난리를 피웠느냐’며 정부에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 등 5개 지자체 대표들이 모여 자율합의한 방식대로 평가한 결과라는 점을 우선 기억해야 한다. 불만족스럽더라도 수용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신공항 최적지를 정하는 일은 애초부터 기술적인 영역의 이슈였다. 생색을 내보려는 정치인들이 숟가락을 얹으면서 갈등이 증폭됐을 뿐이다. 신공항 계획은 2011년에도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한 차례 백지화됐다.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되살아났지만 역시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정치과잉이 유발한 극심한 혼란을 과학적 판단으로 해결한 셈이다.

이번 논란에서 우리의 후진적인 정치문화와 시스템을 다시 확인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정치인들은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확산시키는 주범이었다.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으로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는 데만 몰두했다. 급기야 영남권 민심이 핵분열하는 사태로까지 비화한 데는 무엇보다 정치의 책임이 크다.

되짚어보면 먼 길을 돌아온 데 불과하다. 민심이라는 이름의 왜곡된 여론에 국가정책이 휘둘리며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레임덕을 부를 것’이란 우려를 딛고 뒤늦게라도 바로잡은 정부의 결정은 잘한 일이다. 국론 분열을 막는 후속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