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핵 대화 주장에 쫓길 일 아니다
지난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근원적 변화만이 북핵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란 인식을 하게 된 전환점이 됐다. 북핵 위협의 최대 당사국인 한국이 어떤 결단을 내리는가는 국제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지표로 작용했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한국의 결단은 국제사회에도 영향을 미쳐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낳는 계기가 됐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위원장의 핵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핵경제발전 병진-선핵후경(先核後經)-노선’을 분명히 했고, 당대회 직후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정부정당단체의 공동성명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는 확고부동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김정은의 대리인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시진핑 중국 주석 앞에서 핵우선의 병진노선을 밝혔다. 이처럼 김정은의 핵질주가 가속화할수록 대화를 통한 해법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 됐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은 근원적 변화를 통한 해법 찾기에 골목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 시행과 함께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국가로 지정했고 미 하원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려는 법안을 제출했다. 또 시진핑 주석이 이수용과의 면담 직후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보여준 태도도 단호해 보인다. 중국은 북한 공작원 소지 금품(3000만위안)과 금괴 압수, 북한과 무기밀매 간여 중국인 체포, 대북금수 40품목 추가 지정 등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미·중의 이런 해결의지와 달리 한국의 일부 정치권과 친북단체들은 대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특히 야당이 ‘6·15 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대화를 주문한 것은 국제공조의 기조를 해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제재 효과가 나타나려는 때에 대화를 주문한 ‘시점의 선택’도 잘못됐다.

북한의 대화 선전공세는 제7차 당대회 직후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16일 정부정당단체 공동성명을 시작으로 김기남 당 부위원장의 담화와 인민무력부 명의의 군사실무회담 제의(5월21일), 조평통의 성명(6월2일) 등 파상적인 대화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실질적 비핵화 조치 행동 우선의 원칙’으로 대응하자 북한은 민족화해협의회라는 가공단체 명의로 대화상대를 바꿀 수 있다는 협박성 담화(6월17일)로 전술을 수정하고 나섰다.

이처럼 북한이 전술적 수단으로 대화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약효가 북한에 실질적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통치자금 관리창구인 당 39호실 산하 무역회사들은 외화난에 시달리고 있고, ‘천리마 속도’를 넘어 ‘만리마 속도’를 독려하는 모습도 제재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좌다. 통치자금 규모가 김정은 통치기반의 견고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통치자금 조달은 현안임이 분명하다.

김정은이 통치자금의 공급처 역할을 해 온 한국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화라는 체면에 걸린 다수의 후원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불리한 환경을 바꾸는 도구로 대화를 선택했을 뿐이다. 이번 대화제의도 국면탈피용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기존의 남북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 아니라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로의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북한이 근원적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란 얘기다.

조영기 < 고려대 교수·북한학,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bellkey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