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최후의 '유리천장' 깬 힐러리의 꿈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명문 웰즐리대와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나온 수재다. 빌 클린턴과 결혼해 아칸소 주지사와 42대 대통령 퍼스트레이디를 거쳐 뉴욕주 상원의원 8년, 미국 국무장관 4년을 보내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힐러리의 경제정책은 크게 중산층 복원과 성장동력 확보로 요약된다. 중산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심해지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 재원은 고소득자에 대한 ‘부자 증세’로 마련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 체계를 유지하고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유급 휴가제도 도입 등 전통적 민주당 정책 노선을 따르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등 보다 진보적 정책 기조를 채택하고 있다.

후보 쟁취는 최후의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역사적 의의가 있다. 미국은 1919년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수정 헌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양당이 여성을 대선경쟁에 내세운 것은 1984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된 제럴딘 페라로가 처음이다.

이번 선거는 ‘주류 정치인’과 ‘변칙 후보’ 간의 대결이다. 힐러리는 대선을 정책 경쟁과 나라를 이끌 자질을 갖춘 후보의 선택 문제로 인식한다. 반면에 트럼프는 성공한 기업인과 부정한 워싱턴 기득권자의 싸움으로 몰고가려 한다. 워싱턴 정치를 변화시키려면 성공한 아웃사이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다.

힐러리는 미국은 이민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열린 사회를 지향한다며 1100만명의 불법이민자 추방, 멕시코 국경에 높은 담을 쌓겠다는 트럼프를 편협한 ‘인종주의자’로 규정한다. 특히 트럼프에게는 핵단추를 책임지고 젊은이를 전쟁터에 보내야 하는 최고 통수권자의 자질과 품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난한다.

대선 승리 가능성은 어떨까. 현재는 힐러리가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다. 입소스 조사에서는 11%포인트, NBC 조사에서는 4%포인트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으로 백인 표심을 자극하는 트럼프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힐러리의 아킬레스건은 저학력 백인 근로자층이다. 6개 여론조사 종합 결과 여성층에서 54% 대 30%로 앞선 반면 학위가 없는 백인층에서는 58% 대 31%로 뒤지고 있다. 젊은 층의 지지율이 낮은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는 샌더스에게 18~29세 연령층에서 43%포인트 뒤졌다.

경합주 승패가 대선 결과를 좌우한다. 특히 쇠락한 공업주인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1992년 빌 클린턴 당선 이후 중부 공업주는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했다. 오바마는 2012년 미시간에서 10%포인트, 오하이오에서 2%포인트 차로 이겼다. 지난 열 번의 대선에서 계속 당선자를 선택한 오하이오의 향배가 중요하다.

지지율이 50%를 넘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원 유세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00년 빌 클린턴은 탄핵 후폭풍으로 앨 고어를 도울 수 없었고 2008년 조지 W 부시 역시 20%대의 낮은 지지율로 존 매케인 진영으로부터 경원시됐다. 오바마는 흑인, 히스패닉, 젊은 층의 표심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2년 오바마는 흑인에게서 96%, 히스패닉에게서 71%를 득표했다. 히스패닉 표심의 향배도 중요하다. 부시는 2004년 44%의 히스패닉 표를 얻었지만 2012년 밋 롬니는 27%를 얻는 데 그쳤다.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사건이 새로운 변수가 될 듯하다. 아프간계 미국인이 범행을 저질렀고 이슬람국가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져 반(反)무슬림 입장을 표명해온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대표적 경합주 플로리다의 표심이 어떻게 출렁일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느슨한 총기 규제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앨런 애브라모위츠 에모리대 교수는 트럼프의 무슬림 때리기가 다양한 유권자 층이 참여하는 대선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한다. 힐러리가 ‘여성 대통령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