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굿와이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포스터, ‘안투라지’ 스틸컷, ‘크리미널마인드’ 포스터, ‘굿와이프’ 포스터 / 사진=tvN, NEW 제공
‘굿와이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포스터, ‘안투라지’ 스틸컷, ‘크리미널마인드’ 포스터, ‘굿와이프’ 포스터 / 사진=tvN, NEW 제공
인기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가 국내에 상륙한다.

미드가 한국에서 새롭게 재해석된다. 전도연 유지태 주연의 ‘굿와이프’를 시작으로 서강준 조진웅 주연의 ‘안투라지’ 그리고 상반기 최고 히트작 ‘태양의 후예’ 제작사가 나서는 ‘크리미널 마인드’까지 총 세 편의 미드가 한국 드라마로 재탄생된다.

‘꽃보다 남자’ ‘내일도 칸타빌레’ ‘심야식당’ ‘운명처럼 널 사랑해’ ‘너를 사랑한 시간’ 등 우리나라와 상대적으로 비슷한 문화와 정서를 지닌 일본이나 대만 드라마 리메이크작은 볼 수 있었지만, 미드 리메이크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미드는 시즌제가 정착됐고, 표현 수위나 소재 면에서도 우리나라와는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이질적인 부분이 많다. 이는 미드를 리메이크하는데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드 리메이크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고 있는 상황.

먼저 tvN ‘굿와이프’가 첫 스타트를 끊는다. 오는 7월 8일 첫 방송되는 ‘굿와이프’(극본 한상운, 연출 이정효)는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 이태준(유지태)이 스캔들과 부정부패 의혹으로 구속되고, 결혼 이후 일을 그만뒀던 아내 김혜경(전도연)이 가정의 생계를 위해 서중원(윤계상)의 로펌 소속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법정 수사극이다. 미국 CBS에서 2009년 시작해, 현재 시즌7이 방송되고 있는 ‘굿와이프’는 매 시즌 짜임새 있는 탄탄한 스토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세계가 인정한 연기력의 전도연이 줄리아나 마굴리스와는 차별화된 ‘굿와이프’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tvN ‘안투라지’는 세계 최초, 국내에서 리메이크 된다. 100% 사전제작으로 지난 1일 촬영에 들어간 ‘안투라지’(극본 서재원 권소라, 연출 장영우)는 대한민국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배우 영빈(서강준)과 그의 친구들 호진(박정민), 준(이광수), 거북(이동휘)이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은갑(조진웅)과 겪게 되는 연예계 일상을 담는다.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이다.

‘안투라지’는 미국 HBO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8시즌을 방송하며 인기를 모았다. 할리우드 스타를 주인공으로 스타와 엔터테인먼트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 블랙 코미디로 큰 사랑을 받았다. 남자판 ‘섹스 앤 더 시티’로 불릴 만큼 높은 수위와 가감 없는 발언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작진은 “원작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한국 특유의 감성과 리얼리티를 가미한 한국형 ‘안투라지’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와 ‘아이리스’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 판권을 사 드라마로 제작한다.

범죄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상을 그린 ‘크리미널 마인드’는 2005년 미국 CBS에서 방영된 이래 올해 전파를 탄 시즌 11편 까지 회당 평균 약 1300만명의 시청자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인기 미드다.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시즌1 제작에 들어가는 한국판 ‘크리미널 마인드’는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에피소드 설문조사와 시놉 공모전을 거쳐 제작에 나선다. 대중들의 반응을 최대한 살펴보고 아이디어를 반영하겠다는 제작사의 의지가 돋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 드라마는 대부분 사람이 근간이 된다. 그간 멜로, 가족극, 시대극 등을 주로 다뤘는데, 최근 들어 장르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지난 3월 종영한 tvN ‘시그널’의 성공을 꼽았다.

정 평론가는 “시청자들의 눈이 굉장히 높아졌다. 훨씬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원하고, 똑같은 게 아닌 새로운 틀을 보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많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미드가 리메이크 되는 이유를 밝혔다.

탄탄한 원작으로 큰 인기를 누린 작품들이지만 이를 리메이크한 작품들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앞서 방영된 일본, 대만 드라마 리메이크작들 역시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작품을 한국식으로 표현할 때 원작의 느낌은 가져오되, 원작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제대로 해석하지 못할 경우 거센 반발이 뒤따르기도 한다. 실제 ‘내일도 칸타빌레’나 ‘심야식당’ 등은 원작의 느낌만을 너무 살리려다보니 우리식으로의 해석이 결여되기도 했다. ‘안투라지’ 같은 경우는 마약, 폭력과 같은 높은 수위와 직설적인 표현 등이 대부분인데, 이를 국내 정서에 맞게 다듬는 과정은 필수다.

정 평론가는 “원작을 재구성하기 때문에 변화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정서가 아닌 우리식의 해석이 들어가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멜로가 배제된 장르물 ‘시그널’이 성공한 이유에는 미국의 스릴러를 그대로 답습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깊게 볼 수 있는 이야기와 정서가 담겼기 때문”이라며 “미드를 리메이크 할 때 그대로 가지고 오는 게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다양성의 고민이 미드 리메이크로 이어졌다. 미드가 가지고 있는 소재의 다양성인 국내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면서 “원작의 인기에 편승하기 보다는 국내 현실에 맞는 제작진의 심도 깊은 각색이 있어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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