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주장대로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으로 오르면 아르바이트생이 7급 공무원(5호봉)보다 기본급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한경 보도(6월17일자 A1, 5면)다. 조선 협력업체는 현행 최저임금(시간당 6030원)을 적용해도 다른 수당 등을 합해 연봉이 3500만원이나 되는 현실에서 “1만원으로 인상되면 모두 망할 것”이라는 현장의 호소도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최저임금이 너무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특히 노동계가 전국 차원의 임금인상 수단으로 최저임금제를 활용하면서 이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은 2000년 이후 15년간 연평균 8.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4.7%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한국 경제의 비용구조를 왜곡시킨 것이다.

최저임금제가 이렇게 변질되다 보니, 정작 혜택을 봐야 할 비숙련 근로자나 단순 업무 종사자들이 오히려 고용불안을 겪거나 일자리를 잃는 일이 더 많아졌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2001년 4.3%(57만7000명)에서 작년 11.5%(222만2000명)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222만명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급여를 받으며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인데,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들이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어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고려해 굳이 단속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기 때문에 잠재적 범죄자를 정부가 양산하는 꼴이다. 고발이 들어와 단속하게 되면, 사업주는 형사 처벌을 받고 직원은 결국 실직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몇 년 전부터 ‘시급 1만원’ 노래를 부르고,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정치권이 동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제 자체를 손볼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