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개헌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20대 국회에서 개헌이 매듭지어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이원집정부제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분권형 내각제를 골자로 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밖에도 다수의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개헌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모든 법이 시대와 역사의 산물인 만큼 헌법도 예외일 수는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정이 달라져, 고칠 필요성이 있다면 개정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론의 내용이다. 그중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 내용도 없이 즉흥적으로 필요성만 외치는 이들이 상당수다. 그저 마지막 개헌 후 30여년이 흘렀으니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가뜩이나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국회 권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개헌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 운운하는 경우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되면 마치 한국 정치의 모든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기라도 할 것처럼 떠들어댄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은 줄이고 국회 권력은 더 늘리겠다는 속셈에 다름 아니다.

지금 한국에서 정작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국회다. 국회의 ‘셀프 권력’ 무한확장 시도는 그칠 줄 모른다. 지난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만 해도 그렇다. 상시 청문회 개최, 인권위에 대한 민원조사 요구 등이 골자였다. 지난해 유승민 파동을 낳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심의권’ 역시 이런 시도의 일환이었다. 누구라도 불러내 조사하고 규제하고 행정부도 마음대로 통제 아래 두겠다는 얘기다. 국회선진화법 조항도 따지고 보면 개혁 입법을 어렵게 해 모든 입법과정을 정치세력 간 흥정대상으로 해 놓은 것이다.

의회 독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국회 권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게 개헌론의 요체다. 도대체 국회는 어떤 권력을 어디까지 더 갖고 싶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