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 구조조정, 성공은 경영혁신에 달렸다
해운·조선산업의 기업 구조조정은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 큰 짐을 지우고 있다.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산업의 기업 구조조정 해법으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기업에 부동산 등 비(非)수익자산의 매각, 사업 및 고용 축소를 요구하는 대가로 금융지원을 제시하는 식이다.

정부 대책은 주로 거시적 금융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실제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미시적 경영 차원의 해법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거시적 금융중심의 구조조정 정책이 효과가 있다면 왜 그동안 많은 금융지원을 받은 STX조선은 법정관리로 가게 됐을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정부주도의 금융지원과 몸집 줄이기만으로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부가 제시한 대책만으로는 위기에 빠진 기업이 성공적으로 회생할 수 없으며, 경영 차원의 위기극복 전략이 절실히 요청된다. 첫째, 기업 비전의 재설정과 여기에 맞춘 사업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성공적으로 위기극복을 한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사업 개념을 다시 정의해 비전을 재설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으로 핵심역량을 키움으로써 재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업의 사업구조조정도 먼저 사업의 비전을 고객 관점에서 다시 설정하고 이것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사업은 확대하고, 관련 없는 사업은 처분함으로써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이런 점에서 IBM의 위기극복 사례는 좋은 시사점을 준다. 1992년 처음으로 80억달러 적자를 낸 IBM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루이 거스트너는 IBM의 비전을 하드웨어가 아니라 최고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새롭게 정했다. 이에 맞춰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대하는 대신 프린터 등 하드웨어 사업을 매각, IBM을 하드웨어에서 서비스 위주 기업으로 변신시킴으로써 성공적으로 회생시켰다.

둘째, 조직구조 및 관리의 혁신이 필요하다. 성공적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위계 중심의 관료적 조직구조를 타파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며 종업원의 에너지와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 중심의 수평적 조직구조가 필요하다. 또 종업원과의 의사소통, 신뢰, 팀워크를 강조하는 자율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저가 수주로 막대한 적자를 초래한 매출·수주 위주의 평가 시스템이 이익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GE의 잭 웰치가 도입한 경영혁신은 좋은 교훈을 준다. 잭 웰치는 GE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이래, 12단계인 의사결정 단계를 대폭 줄이고 ‘벽 없는 조직’, ‘워크아웃(Work-out)’, ‘360도 다면평가 제도’를 도입, 조직의 효율성과 실행력을 높임으로써 침몰 직전의 GE를 살릴 수 있었다.

셋째, 기업 문화 및 의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창출을 막던 경직된 기업문화를 지양하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창의적 조직문화 도입이 필요하다. 또 종업원의 긍지를 살려주고, 종업원을 신뢰하고 소통을 강조하는 자율적 조직문화로의 변신이 필요하다. 이런 기업문화로의 변신을 위해서는 종업원의 위기의식과 경영층의 리더십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만심, 현실안주 등 위기를 초래한 과거의 의식을 떨쳐버리고, 회사를 살리겠다는 열정과 실행의식으로 무장할 때, 그리고 지시 위주의 제왕적 리더십에서 종업원을 믿고 잠재력 발현을 도와주는 코치형 리더십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때 비로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정책에 기업경영 차원의 위기극복 전략이 동반될 때 비로소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한국 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것이다.

이철 < 서강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