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서 씨즈커피코리아 사장(오른쪽)이 경기 용인 본사 전시장에서 자사 임원과 즉석커피의 중국시장 진출 확대방안을 얘기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중국 창춘 쇼핑몰에 전시된 씨즈커피. 김낙훈  기자
임준서 씨즈커피코리아 사장(오른쪽)이 경기 용인 본사 전시장에서 자사 임원과 즉석커피의 중국시장 진출 확대방안을 얘기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중국 창춘 쇼핑몰에 전시된 씨즈커피. 김낙훈 기자
환갑이 지나면 대개 현역에서 은퇴한다. 칠순이 지나면 그동안 벌인 일을 하나씩 정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즉석커피 등을 생산하는 씨즈커피코리아의 임준서 사장(74)은 반대다. 사업 확장에 나서며 의욕에 넘쳐있다. 중국시장에서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BIZ Success Story] 임준서 씨즈커피코리아 사장 "중국 젊은층, 식후엔 차 대신 커피 마셔…향후 5년이 시장공략 황금기"
경기 용인에 있는 씨즈커피코리아 공장 부근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연면적 1650㎡의 기존 공장 옆에 더 큰 공장을 신축 중이다. 신축 건물 2개동의 연면적은 2100㎡에 이른다. 기존 공장을 합치면 연면적이 3750㎡로 늘어난다.

경기 침체로 사업을 축소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지만 이 회사는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곳에 생산 설비를 증설할 뿐만 아니라 커피공장 견학코스도 만들 예정이다. 임준서 씨즈커피코리아 사장은 “세계 각지의 커피와 기계 등을 전시할 생각”이라며 “커피에 관해 많은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할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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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가 있는 모현면 파담로는 약간 외진 곳이다. 그런데 왜 견학코스일까. 그는 ‘역발상’으로 승부를 거는 기업인이다. 외진 곳이라도 커피명소를 만들면 마니아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근처에 에버랜드가 있어서 이곳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에버랜드와는 차로 10여분 거리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임 사장 집무실에 들어서면 커다란 중국 지도가 벽에 걸려있다. 명함 한쪽은 한글로, 뒷면은 중국어로 씌어 있다. 중국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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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역시 역발상이다.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차(茶)의 대국’이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들은 수천년 동안 차를 마셨다. 세계에서 차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임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인이 커피에 맛들이기 시작했고 앞으로 시장이 무궁무진하게 열릴 것으로 본다. 그는 “중국 출장을 가보면 젊은이들이 점심을 먹은 뒤 유명브랜드 커피를 들고 나오는 것은 종종 본다”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커피문화가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젊은이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임 사장이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리는 빅바이어초정 상담회나 각종 설명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중국 바이어를 만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1995년에 창업한 씨즈커피코리아는 컵커피 등 즉석커피를 생산하는 업체다. 종업원 30여명에 작년 매출은 약 90억원의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임 사장은 “누구보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가격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시장을 뚫지 못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10여년 동안 국내 편의점에 컵커피 등 즉석커피를 납품했다. 임 사장은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에 주문자상표나 우리 브랜드로 공급해왔다”며 “이런 경험을 토대로 중국 진출을 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러시아 시장에 이어 3년 전부터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중국의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창춘 오야그룹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중국 시장 문을 두드렸다. 지난 1월 하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설명회’에서 중국 순잉그룹 자회사의 바이어를 만나 상담을 시작해 5월 하순 10만달러 분량의 즉석커피를 보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꾸준히 거래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모바일유통 분야 선두를 달리는 VIP닷컴 및 중국 내 이마트로 불리는 타룬파와도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사장은 “중국인들이 커피를 좋아하기 시작했지만 고급 커피점에서 한화로 5000~7000원씩 내며 고급 커피를 마시는 층은 한계가 있다”며 “우리 제품은 1000~1500원 수준에 질좋은 커피를 맛볼 수 있어 급속도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때문이다. 첫째, 다양한 제품이다. 씨즈커피코리아는 단순한 블랙커피와 믹스커피부터 냉커피 냉카푸치노 프렌치바닐라향 카푸치노 헤이즐넛향 커피믹스 등 20여종의 컵커피를 생산한다. 취향대로 골라서 즐길 수 있다. 그는 “창업할 때부터 대기업과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틈새시장을 개척하며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둘째, 수출 경험이 축적돼 있어서다. 임 사장은 “국내 즉석커피시장이 작아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크 등 러시아 수출길을 텄다”며 “이런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 스피드경영이다. 중소기업이어서 본인이 즉각 결정을 내리고 곧바로 시행한다. 중간관리자와 임원 사장을 거치는 복잡한 결재라인이 있는 대기업과는 다르다. 현지 확인이 필요하면 그날로 출장을 떠난다. 바이어가 한국을 찾으면 다른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직접 만난다. 바이어가 ‘씨즈커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샘플을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곧바로 보내준다. 이런 스피드경영이 중국바이어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임 사장은 남들이 은퇴를 생각할 나이인 53세에 창업했다. 1942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중동고와 경희대를 나온 그는 국내에서 건자재 유통을 하며 돈을 많이 벌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일이 겹치면서 모두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커피사업을 구상한 뒤 귀국해 창업했다. 그는 “편의점에 가봐도 간편하게 마실 커피가 없어 이 사업을 하면 시장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제품, 맛있는 제품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면 왜 성공하지 못하겠는가”라는 확신을 사업으로 연결시켰다. 자신의 확신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면 어려워도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정신으로 미국에서 커피원두 300만원어치를 수입한 뒤 서울 삼선교 부근에서 씨즈커피코리아를 설립했다. 이를 남대문시장 등 전통시장에서 팔기 시작했다. 임 사장은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등 한류바람이 부는 동남아의 바이어들과 접촉해 이들 시장 개척에도 나설 생각이다. 하지만 주력시장은 중국이다.

그는 “중국이라고 기회가 영원히 있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5년이 황금기이기 때문에 이때를 놓치지 않도록 전력투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때마침 중국에 또다시 한류바람이 불고 있고 중국인들은 식품 화장품 등에서 질좋은 한국산을 많이 찾고 있어 골든타임이 무르익고 있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