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푸드트럭, 미국선 잘 되는 이유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에드워드 송씨는 뉴욕에서 푸드트럭 네 대를 굴리는 사업가다. 2010년 시작한 사업이 대박이 나면서 지금은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에 레스토랑까지 운영하고 있다.

송씨의 푸드트럭 브랜드 ‘코릴라’는 맨해튼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한식 메뉴로 부상했다. 그는 경영학과 수학을 복수전공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창업에 내몰렸다. 초기 투자비는 6만5000달러. 푸드트럭 사업면허를 빌리고 중고물품 사이트에서 구입한 트럭을 개조하는 데 든 비용이다.

길거리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이지만 뉴욕시 보건당국의 규제는 결코 허술하지 않다. 송씨처럼 조리를 해서 음식을 팔 경우 재료를 80도 이상에서 가열해야 한다. 재료를 가공하는 싱크대와 세척하는 싱크대는 구분해야 한다.

진입장벽이 되지 않는 규제

마시는 물과 요리용 물탱크도 달라야 한다. 직원들이 손을 씻는 물탱크는 별도로 갖춰야 한다. 오수를 받는 물통도 따로 설치해야 한다. 오수는 길거리에 버려서는 안 되고, 모두 수거해야 한다. 환기시설 설치는 기본이다. 음식을 조리하는 직원은 뉴욕시가 발급한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뉴욕시는 규제 위반이 적발되면 건당 최소 125달러, 최대 500달러까지 벌금을 매긴다. 벌점은 별도다. 단속 직원은 예고 없이 닥친다. 누적된 벌점이 많으면 면허를 취소하고, 차량 외부에 부착하도록 한 허가증을 바로 뜯어낸다. 영업이 가능한 도로와 시간도 맨해튼 구역마다 다르다. 뉴욕시는 이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어기면 가차 없이 위반 딱지를 발급한다.

과잉 규제라는 불만은 들리지 않는다. 합리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규제라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필요조건만 충족하면 비즈니스의 자유가 보장된다. “미국의 규제가 촘촘하지만 진입장벽은 되지 않는다”는 사업자들의 평가 그대로다.

손쉽게 창업한다고 해서 돈까지 쉽게 벌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대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대로변에 일렬로 늘어서 영업하는 푸드트럭은 바비큐, 타코, 케밥 등 특색 있는 음식으로 손님을 끌어들인다.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는 시스템이어서 좋은 목을 차지하려면 새벽에 나와야 한다. 다양한 고객을 잡기 위해선 한 달간 동선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다. 차별화한 트럭 외관으로 눈길을 끌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재량 없앤 규제의 매뉴얼화

주요 타깃은 주머니가 얇은 직장인과 관광객이다. 메뉴당 가격이 7달러를 넘기면 어렵다. 송씨는 “까다로운 뉴요커의 입맛을 잡지 못하면 몇 개월도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뉴욕시에 등록된 레스토랑 숫자만 2만5000개에 달한다. 가격과 서비스는 천차만별이다. 생존전쟁에서 푸드트럭도 예외일 수 없다.

한때 2000개가 넘던 뉴욕시 푸드트럭은 1500여개로 줄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이렇게 푸드트럭은 한국, 그리스, 태국, 인도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선보이는 경연장이자 뉴욕의 또 다른 매력이 됐다.

미국을 ‘매뉴얼의 사회’라고 한다. 뉴욕시가 만든 푸드트럭 사업 법규를 보면 창업 절차와 조건, 규정이 명확하다. ‘~할 수 있다’는 식의 고무줄 같은 규제당국 재량권을 찾아볼 수 없다. 규제가 적다고 해서 창업이 무조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푸드트럭에 관해서는 말이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