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산업계의 양성평등
여성의 학습권과 투표권을 요구하던 시대에서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지난해 7월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된 것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는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은 2012년 9.3%에서 지난해 12%로 올랐다. 장·차관급 여성 비율은 같은 기간 4%에서 6.6%로, 정부 위원회 내 여성 비율은 25.7%에서 34.5%로 상승했다.

그렇다면 산업계는 어떨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년간 높아졌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12년 55.2%에서 지난해 57.9%로 상승했다. 물론 지난해 75.7%에 달한 남성 고용률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여성 고용률(58%)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 최고경영자(CEO) 비율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국내 산업계에서 전체 여성 임원 및 CEO 비율은 지난해 10.5%에 그쳤다. OECD 평균인 30.8%에 훨씬 못 미친다. 코스닥을 예로 들면, 코스닥 상장법인 1164개 중 여성 CEO는 현재 총 30명에 불과하다. 코스닥 상장사 CEO와 등기임원을 모두 합쳐도 여성은 259명밖에 안 된다.

왜 산업계의 여성 비율이 타분야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으로 인해 우수한 여성인력이 공무원 시험처럼 ‘시험으로 실력과 자격을 검증받는 라이선스 시장’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창조적 혁신자가 필요한 시대다. 남성 중심의 하드웨어산업 체계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창조경제 모델인 소프트웨어산업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9년 연속 국민소득이 2만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정체 속에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자원이 사람뿐인 한국에서 그동안 사회적 제도와 인프라 문제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여성들이 창업 및 기업 운영에서 경제 발전의 새로운 견인체로 떠올라야 한다.

여성의 활동에 어떤 불이익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국가 경쟁력 확보에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산업체의 양성평등 지수를 높일 수 있는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영 < 한국여성벤처협회장 kovwa@kovw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