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양정원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양정원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마리텔’에서 보여준 매력을 ‘SNL’ ‘개그콘서트’에서 무의미하게 소비하고 있다. 양정원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진짜 콘텐츠는 무엇일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지금까지 29번의 생방송을 통해 우승자 15팀을 배출했다. 김성주-안정환·데프콘·이경규 등 전문 방송인들이 ‘마리텔’의 챔피언 벨트를 가져갔지만, 백종원·김영만·김동현 등 방송에 친숙하지 않았던 비 방송인들이 ‘마리텔’에서 우승한 경우가 더 많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이 자신 있게 꺼낼 수 있는 콘텐츠에 누리꾼들과 즐거운 소통을 버무리면서,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송을 만들었다.

최근 ‘마리텔’에 출연했던 양정원 역시 우승했다. 그는 ‘필라테스’를 콘텐츠로 들고 나왔고, 여기에 1인칭 시점의 상황극까지 결합시키며 누리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양정원은 3연승을 달리던 이경규를 꺾고 ‘마리텔’의 새로운 우승자가 됐다. 특히 양정원은 1인칭 상황극에서 모르모트 PD와 누리꾼들의 짓궂은 농담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순발력 있는 입담을 보여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만약 ‘마리텔’이 양정원의 외모와 몸매에만 집중했다면 우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양정원은 앞선 우승자들과 같이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고유 콘텐츠에, 수준급 소통 실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챔피언 벨트를 차지할 수 있었다. ‘마리텔’에서 배출한 스타, 백종원처럼 앞으로 ‘마리텔’이 아닌 다른 방송에서도 양정원의 활약이 기대됐다. 그런데 ‘마리텔’ 이후의 양정원은 ‘백종원의 길’이 아닌 ‘반짝 스타의 길’을 걸어가려는 모양새다.

예정화·유승옥·레이양 등은 양정원보다 앞서 지난해 ‘운동하는 여자’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등장과 함께 빠른 속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전문적으로 운동법과 기술을 전수해줄 수 있고, 출중한 미모와 몸매까지 겸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섹시 이미지를 거듭해서 강조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여성 스타들의 등장을 반가워했지만, 그만큼 금방 피로감을 느꼈다.

지난 주말, ‘SNL코리아’와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양정원 / 사진=방송화면 캡처
지난 주말, ‘SNL코리아’와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양정원 / 사진=방송화면 캡처
양정원은 지난 11일 생방송된 tvN ‘SNL코리아’에서 신동엽·김준현·김민교·정상훈과 함께 영화 ‘곡성’을 패러디한 콩트에 출연했다. 남자를 홀리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자로 등장한 양정원은 남자 출연자들과의 스킨십과 노출이 심한 의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12일 KBS2 ‘개그콘서트’의 ‘나쁜 녀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정원의 외모와 몸매만 강조됐다.

양정원의 출연이 ‘SNL’과 ‘개그콘서트’에게는 도움이 됐겠지만, 양정원 개인에게 얼마나 좋게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다수의 누리꾼들은 양정원이 극의 흐름과 무관하게 지나치게 몸매를 드러내는 의상을 입고나와 시청하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게시판에 올렸다. 양정원은 이처럼 섹시 콘셉트를 반복 노출했던 방송인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방송가에서 사라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마리텔’을 통해 양정원이 스타가 된 것은 운동하는 여자의 섹시함,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양정원은 이제 본인의 콘텐츠를 확실하게 결정해야 한다. 반짝 스타가 될 것인지, 꾸준히 사랑 받는 방송인이 될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