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사업은 영원히 개혁의 사각지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감사원과 사법당국이 끝없이 단속해왔고, 기획재정부도 중단없이 개혁을 외쳐왔지만 백년하청이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한 저명한 KAIST 교수가 이번에 연구비 8억원 횡령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다른 검찰청에서는 코스닥 상장사 임원이 장비 가격 조작으로 근로자교육 보조금 1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대기업 간부는 용역알선에 따른 수뢰로 각각 구속됐다(6월10일자 A33면).

벤처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호창성 스캔들’이 터진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이번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를 정도의 IT전문 교수가 허위 연구원 기재와 같은 ‘단순 조작’으로 거액을 횡령한 사례다. 보조금은 먼저 보는 이가 임자라는 말 그대로다. 올해 총 60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국고 보조금 사업 2453개 중 정상적인 게 과연 몇이나 될지 지극히 의문이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가 낸 통계를 보면 2002년 부패신고자 보상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보상금이 집행된 266건 중 제일 많은 유형이 ‘보조금 횡령과 허위청구’(53건)였다. 이런데도 보조금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제 국고 보조금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상황이 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연말에도 ‘2015년 개혁핵심과제 성과보고’라는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유사중복사업 통폐합과 보조금 개혁을 해냈다는 실적보고를 했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무려 2000개가 넘는 온갖 보조금의 뒤에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까지 무수한 공무원들이 줄을 서 있다. 보조금의 도입과 집행 과정이 곧 행정 규제요, 완장이며 갑질이다. 더 큰 문제는 보조금 사업이 부패의 고리라는 점이다. 온 국민을 가짜서류와 허위 영수증 전문가로 몰고가는 보조금 제도에 대한 근본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