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임상종양학회·유럽류마티스학회에 임상결과 보고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등 해외 학회에서 연구개발(R&D) 성과를 잇달아 발표하며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제약사들이 각국 제약·의료전문가들과 임상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에 한국 기업도 한 몫을 거들면서 업계가 한층 성숙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무리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 등 대규모 해외 학회에서 국내 기업의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대화제약, 한미약품, 신라젠 등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SCO 연례회의에서 개발 중인 항암제의 임상 3상 결과를 포스터 형식으로 소개했다.

대화제약의 경구용 항암제 'DHP107'의 임상 3상 결과는 해외 종양 전문가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주제로 선정돼 '포스터 디스커션 세션'을 통해 다시 한 번 발표됐다.

대화제약은 전이성 또는 재발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DHP107이 기존 주사제의 약효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먹는 항암제가 기존 주사제와 효능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참가자들이 관심을 보였다"며 "시판될 경우 세계 최초의 경구용 파클리탁셀 항암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벤처 신라젠은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소개했다.

펙사벡은 우두바이러스를 환자의 암세포만 감염시키도록 유전자 조작한 뒤 체내에 투여하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적(위험물질)으로 인식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최근 면역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펙사벡이 면역치료제와 유사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항암제라는 사실이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 ASCO를 눈여겨보는 건 다국적 대형 제약사와의 관계를 맺을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약품은 2014년 ASCO에서 내성표적 폐암 신약인 올무티닙(제품명:올리타)의 임상 결과를 발표한 뒤 이듬해 베링거인겔하임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ASCO에서는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표적 항암제 'HM95573'의 임상 1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유럽 류마티스학회(EULAR)에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의 임상 1상 결과와 연장 연구를 소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유럽명 베네팔리),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유럽명 플릭사비)를 비롯해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 등 3개 제품의 교차 임상 3상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세계 유수의 학회에서 3개 제품의 교차 임상 결과를 동시에 발표한 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재국 한국제약협회 상무는 "국내 기업의 적극적 참여는 최근의 해외 진출 흐름과 맞아 떨어진다"면서도 "다만 학회 참여와 임상 결과 발표가 기술수출이나 파트너십 등의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