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동양매직, 렌털 가전 틈새시장 공략…'물탱크 없는' 직수형 정수기로 돌풍
생활가전 렌털(대여) 시장에서 동양매직은 후발주자로 나섰으나 작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신규로 30만개 이상의 렌털 계정을 확보했다. 렌털 계정 수는 지난 4월 말 기준 78만여개로 청호나이스 쿠쿠전자 교원 등과 함께 2위권을 형성할 정도로 입지가 넓어졌다.

‘틈새시장’을 파고든 게 주효했다. 동양매직은 작년 3월 직수형 정수기(슈퍼정수기)를 처음 내놨다. 직수형은 물탱크가 없어 세균 번식 우려가 적고 크기가 작은 것이 장점이지만 냉·온수 기능을 구현하기 어려운 단점 탓에 업계에선 많이 쓰이지 않았던 형태다. 1위 코웨이를 비롯해 대부분의 렌털 업체가 ‘물탱크 있는’ 정수기를 고집한 이유다. 냉·온수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정수기를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매직은 직수형 정수기에서 냉·온수 기능을 구현해 단점을 보완했다. 온도 조절을 하는 컴프레서 등 부속품을 개량한 덕분이었다. 순간 온수와 순간 냉수가 가능하게 설계했다.

이 판단은 적중했다. 이 회사의 슈퍼정수기는 월 1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슈퍼정수기가 많이 팔리자 경쟁사들도 앞다퉈 비슷한 제품을 내놨다. 직수형 정수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6만대에서 올해 35만여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동양매직은 직수형 정수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며 ‘시장의 판세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넣는 등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슈퍼S정수기’를 지난 4월 선보여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이다. 동양매직은 100만개 이상의 렌털 계정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10월 내놓은 ‘슈퍼청정기’는 무엇보다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독일의 레드닷 및 iF, 미국 IDEA 등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받았다. 거실, 방, 사무공간 등 잘 보이는 곳에 공기청정기를 두고 쓰는 특성상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이 좋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IoT 기능을 넣어 ‘슈퍼S정수기’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제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집 밖에서 두 제품을 모두 쓸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생긴 것이다.

슈퍼청정기는 미세먼지 이슈가 부각되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 출시 초기 월 1000대가량 판매된 것이 최근 4000대를 넘었다. 동양매직은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슈퍼청정기를 수출할 계획이다. 또 두 렌털 제품의 IoT 기능을 통해 ‘맞춤형 관리’도 시도할 예정이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통해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생활 패턴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렌털 시장 확장을 위해 서비스 인프라 개선에도 나섰다. 동양매직은 2014년 말 자회사 동양매직서비스를 물류와 합병시켰다. 동양매직서비스는 렌털 영업과 관리를 전담하는 별도 조직이었다. 두 회사 간 합병으로 제품 생산부터 물류, 판매, 서비스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 외주 업체에 맡겼던 렌털 제품 설치 엔지니어와 창고 운영 인력 또한 내부로 흡수했다.

이 같은 통합 작업 이후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방문 판매 및 관리를 하는 ‘매직케어’(MC)가 2년 만에 3배 넘게 증가한 2000여명에 이르렀다. 물류 창고를 전국 20여곳으로 확대해 대부분의 지역이 하루 만에 배송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동양매직 본사 직원 수도 2013년 말 309명에서 2014년 말 414명, 2015년 말 517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3월 동양매직은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수인재 확보와 조직 활성화를 위해 신입 및 경력사원을 공개 채용했고 ‘여성 일하기 지원 정책’ 활성화에 기여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경수 동양매직 사장은 “MC 수입을 일정한 수준까지 맞춰주는 게 가능하려면 렌털 계정 수가 지금보다 50% 증가한 120만개는 돼야 한다”며 “렌털 고객 확보와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