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충전에 5만5,000원 그리고 주행가능한 거리는 640㎞'

토요타가 일본에서 팔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Mirai)'의 연료비다. 이 차는 640㎞를 주행하는 동안 배출물질은 물밖에 없다. 스티어링 휠 옆에 마련한 'H2O' 스위치를 누르면 전기생성 후 만들어진 물을 바깥으로 배출한다. 주행중 도로에 흘려보내도 되지만 미관상 좋지 않고, 때로는 식물재배에 사용하는 등 만약의 활용처를 고려해 별도 저장했다가 빼낸다.

토요타, 수소에 미래 사활 걸다...왜?

그렇다면 수소충전소는 많이 있을까. 8일 도쿄타워 인근의 이와타니 수소충전소를 찾았다. LP가스 기업인 이와타니가 만든 곳으로, 토요타의 첫 FCV 미라이 전시장도 함께 있다. LPG와 함께 향후 수소를 주력에너지로 삼으려는 이와타니와, 수소차로 친환경차시장을 주도하려는 토요타가 협력한 곳이다. 실제 수소스테이션은 과거 이와타니의 LPG 충전소였다.

토요타, 수소에 미래 사활 걸다...왜?

수소시대를 열어 가려는 기업의 노력에 일본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014년 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수소사회 실현을 국가 과제로 선정, 수소충전소 설립 및 수소차 구매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수소는 어떻게 만들까. 지금은 개질이나 물의 전기분해를 이용하지만 이와타니 등의 에너지기업은 물 분해에 필요한 전기를 태양광을 통해 얻어내려 한다.

히사시 나카이 토요타 기술홍보부장은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는 저장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라며 "수소는 전기에 비해 저장성이 뛰어나 미래의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토요타, 수소에 미래 사활 걸다...왜?

토요타는 '보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중요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제아무리 토요타라도 수소차가 보급돼야 수소시대가 앞당겨진다는 것. 이를 위해 토요타는 일본 내 혼다 및 닛산과 손을 잡았고, 에너지기업이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을 구축했다. 수소차가 늘어나면 수소를 공급하겠다는 에너지기업 그리고 수소가 있어야 수소차를 보급한다는 자동차회사가 조금씩 양보해 수소차와 수소의 동시 보급에 나섰다는 의미다.

히사시 부장은 "2011년 토요타, 닛산, 혼다 등의 제조사와 이와타니, 에네오스 등의 에너지기업 그리고 경제산업성이 수소시대를 개척하자는 데 합의해 현재 일본 내 77개의 수소충전소를 세웠고, 덕분에 630대의 FCV를 팔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혼다와 닛산도 곧 수소차를 일본시장에 투입할 계획인 만큼 수소시대로의 전환은 상당히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토요타, 수소에 미래 사활 걸다...왜?

일본의 수소사회 구현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다. 에너지 자립 측면에서 화석연료의 불안정한 공급을 끊고, 친환경 연료 사용으로 탄소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단순히 자동차회사의 미래가 아니라 국가 전체 주력에너지 동력으로 '수소'를 주목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수소는 재순환이 가능한 에너지라는 점도 배경이 됐다.

한국도 수소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수소차의 비싼 가격 및 충전 인프라가 없는 건 약점이다. 같은 수소를 보고 가되 일본과 한국의 실천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 충전소만 해도 일본은 77개, 한국은 16개다.

히사시 부장은 "한국과 일본이 수소시대 개척을 위해 함께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토요타는 BMW와 수소기술을 공유하지만 누구든 수소시대의 조기 정착을 위해 관련 특허를 모두 개방해놨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히사시 부장은 수소충전소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수소차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충전소는 수소차가 별로 없어 적자를 내는 중인데, 미라이가 2세대로 완성돼 나올 때는 대량판매로 충전소 운영 유지비가 줄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모두가 '윈-윈'하고,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참여기업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