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김대환 전 노사정위원장을 위한 변명
“우리의 꿈(노동개혁)이 불가역(不可逆)의 현실로 다가오는 날 저의 귓전에 들려 주십시오. 혹 육신이 사그라지고 없으면 그때까지 날지 못하고 있을 제 영혼을 소리쳐 날려보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두 번째 임기를 14개월가량 남기고 지난 7일 사퇴한 김대환 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67)의 이임사 중 한 구절이다. 30여명의 노사정위원회 식구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열린 이임식은 끝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으로 노사정위를 맡게 된 김 전 위원장은 3년 동안 두 차례나 사의를 밝혔다. 지난해 4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데 이어 올 1월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이었다. 대타협 과정 내내 ‘정부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을 쏟아낸 노동계는 “후임을 지켜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경영계 일각에서도 “노사정위원장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반응을 내놨다. 정부 쪽에선 코멘트 한 줄 나오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노동부 장관(2004~2006년)을 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신(新)노사문화 조성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자칭 ‘사대주의자(사회적 대화주의자)’다. 한국노총의 파기 선언으로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그는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외환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노사문화 개혁 방안을 도출해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김 전 위원장은 많은 노사 전문가들이 ‘미션 임파서블(해결이 불가능한 과제)’이라고 했던 노동개혁 미션을 떠안았다. 17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성과도 냈지만 그의 사퇴를 보는 시선은 노·사·정 할 것 없이 차갑기만 하다.

1978년부터 몸담았던 인하대에서 지난해 석좌교수 자리를 내줬지만 그는 “학교에 민폐가 될 수 있다”며 올해를 끝으로 강단을 떠나기로 했다. 그동안의 경험과 철학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 전념한다는 구상이다. 고생 끝에 떠나는 길에 박수까지는 아니어도 “고생했다”는 덕담 한마디 없는 노사문화가 안타깝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