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런 식이다. 어이없는 사건이 터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만 커질 뿐 수습은 하세월이다. 결국 이해관계자 간 다툼이 격렬해지고 사법당국이 개입한다. 동시에 ‘네 잘못’에 대한 책임공방이 시작된다. 상대방의 허물을 과장해 ‘궁중비사’처럼 앞다퉈 까발린다. 이쯤 되면 사태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적 생존투쟁만 남는다.

아니나 다를까, 몇 달을 달려온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그 수순을 밟고 있다. 부실해결의 실마리도 못 잡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칼부터 빼들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어제 대우조선해양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150여명이 서울 본사와 옥포조선소를 급습해 내부문건과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쓸어갔다.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초 출범한 검찰 정예부대의 첫 작품이니,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예상대로 책임공방도 달아오르고 있다. 대우조선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이 오래전 출국금지된 데 이어,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책임론에 휩싸였다. 당시 은행 최고위 경영진이 즉각적인 반격에 나섰다. 비밀스런 서별관회의에서의 대화록이 흘러나온다. ‘정부가 깡패처럼 압박했다’는 거친 표현조차 서슴지 않는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정치권이 숟가락을 올리고, 저질 싸움판으로 상대를 몰아세우는 일이다. 조짐은 벌써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노조 편에서 구조조정에 딴지를 놓더니, 슬슬 ‘청문회’가 필요하다며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국민의당도 ‘서둘러 국회가 개입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여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며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세금유예 등 생색나는 주장만 늘어놓는다.

이 익숙한 패턴의 종착지는 ‘산으로 가는 구조조정’이다.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켜가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어제 ‘관계장관회의’라는 구조조정을 위한 공식협의체가 출범했다. 컨트롤타워도 금융위원장에서 경제부총리로 격상됐다. 무책임한 밀실행정으로 비판받은 ‘서별관회의’를 대체하는 2년 한시 조직이다. 일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늦은 결정이지만 옳은 방향이다.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제 한경에서 복거일 씨가 지적했듯이 집권 하반기를 맞은 대통령이기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일이 바로 구조조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