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의 영향

[뉴스의 맥] 파나마운하 확장, 아시아~미국 동부항로 초대형선 경쟁 뜨거워질 것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가 확장 공사를 마무리해 오는 26일 개통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70여개국 대표가 개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을 출발해 미국 동부해안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파나마운하는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3%가 통과하고 있으며, 파나마운하 통과 화물 중에는 아시아와 북미 동부 사이의 물동량이 36.7%로 가장 많다. 파나마운하는 길이가 약 82㎞로 대서양과 태평양의 수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3개의 갑문으로 수위를 조절, 선박을 통과시켰다. 운하 통과 최대 선형은 갑문의 폭인 최대 30.5m 크기였다.
[뉴스의 맥] 파나마운하 확장, 아시아~미국 동부항로 초대형선 경쟁 뜨거워질 것
컨테이너선은 5000TEU(1TEU는 길이 약 6m짜리 컨테이너 1개), 벌크선은 8만t급이다. 이를 파나막스급이라고 부른다.

개통 100년이 지나면서 파나마운하는 선박 대형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통과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악순환에 봉착했다. 운하 통과 선복(화물을 실을 수 있는 선박의 공간)량은 2007년 이후 약 3억t으로 변화가 거의 없지만 연간 통행척수는 2014년 약 1만2000척으로 2007년보다 1300척 감소했다. 하지만 선폭이 30.5m를 넘는 선박은 1100척 증가했다. 또 평균 통과시간도 통상 8시간에서 10시간이던 것이 2014년에는 31.5시간으로 길어졌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파나마 정부는 국민투표를 거쳐 2007년부터 확장공사를 해왔다.

확장 공사로 달라지는 점은 파나마운하 통과 가능 선박이 연간 2배로 늘어나고, 그동안 이용할 수 없었던 선종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갑문은 길이 304.8m, 폭 33.5m, 깊이 12.8m였지만 신(新)갑문은 길이 427m, 폭 55m, 깊이 18.3m로 확장됐다. 따라서 통과 가능한 최대 선형이 컨테이너선은 5000TEU에서 1만3000TEU로, 벌크선과 유조선은 8만t에서 벌크선은 17만t으로, 유조선은 15만t으로 커졌다.

10년 만의 확장 … LNG선 늘 듯

선종별로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면 가장 크게 영향받는 것은 지금까지 이용이 거의 없던 LNG전용선이다. 2015년 7월 세계 LNG 선박 583척 중, 파나마운하 통과 가능 선박은 56척이었지만 확장 후에는 566척으로 늘어난다. 개통 후 첫 통과 선박이 일본 초대형 선사인 NYK의 LPG전용선으로 정해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일본은 파나마운하 확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이유는 셰일가스에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2017년부터 미국산 셰일가스(LNG)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빨리 올해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 동부해안에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오는 항로를 이용해 미국에서 한국까지 LNG를 수송할 경우 45일이 걸리지만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면 25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LNG 선박이 미국과 한국을 왕복할 수 있는 항차수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연료비와 용선료도 경쟁 항로인 수에즈운하나 희망봉 항로에 비해 저렴해지기 때문에 LNG 수입비용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

컨테이너선은 아시아 역내의 생산 거점이 중국에서 아세안과 인도로 남하하고 여러 항구에 기항할 수 있는 수에즈운하 경유 항로의 장점도 있기 때문에 많은 화물이 파나마운하로 옮겨갈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동북아에서 북미 동부지역까지는 지금처럼 미국 서부 항만에서 하역한 뒤 육상으로 동부까지 수송하는 것보다는 전체 구간을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이용해 해운으로만 수송하는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운반선은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대형화는 진전되겠지만 자동차업계가 북미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고 동아시아에서 북미로 수출하는 자동차가 늘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벌크선은 미국 멕시코만 지역에서 중국으로 곡물 수출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에 달려 있지만 미국의 곡물 수출은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라 한국 정부와 업계는 우선 운하 통과료 인상을 막는 것부터 대응해야 한다. 파나마 당국은 해운업계가 경기 악화로 비용에 민감하고 수에즈운하나 희망봉 루트 등 타항로와의 경쟁력을 고려해 선종과 화물에 따라 통행료를 차등 적용하고, LNG전용선 등에는 왕복 할인이나 적재 할인 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하지만, 파나마운하 통행료는 최근 몇 년간 계속 올랐다.

동북아~북미 동부 물류도 영향

둘째, 운하 확장에 따른 경제 효과는 파나마에만 한정되지 않기에 파나마 등 중남미 시장 진출 기회로 삼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파나마 정부는 운하 주변에 에너지 생산, 연료 보급, 선박 수리 등 거점 시설과 함께 컨테이너 터미널과 LNG 터미널 등을 설치해 파나마운하를 단순한 통과 시설이 아니라 새로운 복합산업 물류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현재 500만TEU 컨테이너를 취급할 수 있는 터미널을 건설 중인데 완공되면 파나마의 컨테이너 취급 규모는 연간 1100만개로 증가할 것이다. 미국 동부 항만,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들도 뉴파나막스선이 취항할 수 있도록 심수항만 개발, 컨테이너 야드 확장, 크레인 대형화 등 항만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 해운항만업계의 동반 진출이 기대된다.

중남미 물류시장 진출 노려야

셋째, 미국산 셰일가스 수송에 해운조선업계가 공동으로 협력해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일본은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에 대응하는 LNG전용선을 60척 신조(新造)할 계획이다. 우리도 에너지 도입처 다변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오염 물질 감축 등을 고려해 비교적 고가인 LNG전용선 신조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지금은 주로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는 LNG전용선 수리의 거점이 동북아 지역에도 새롭게 필요해진다는 점에서 국내 수리조선업계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우리 대형 선사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정기선 부문에서 파나마운하 통과가 가능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주력 선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황의 늪에 빠진 조선업계를 살리고 해운업계가 공생할 수 있도록 선박펀드 등의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면 파나마운하 확장은 우리 해운조선업계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다.

한종길 <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 >